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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3.03.21 19:03 수정 : 2013.03.21 19:03

박근혜 대통령이 어제 박한철 헌법재판소 재판관을 헌재소장 후보자로 지명했다. 검찰 출신, 그것도 공안통인 박 재판관을 헌재소장에 지명한 것은 국민 기본권을 지키는 최후 보루라는 헌재의 위상에 비춰볼 때 대단히 부적절한 인사다. 헌재 누리집에는 헌재가 “국가기관으로 하여금 헌법을 잘 지키도록 하고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보장”한다고 명시돼 있다.

우선, 공안검사 출신은 생리상 헌재소장에 적절치 않다. 공안검사는 최일선에서 국가권력을 집행한다. 강력하고 효율적인 법집행과 사회질서 유지를 위해서는 일정 정도의 기본권 제한은 불가피하다고 볼 가능성이 큰 집단이다. 특히 박한철 헌재소장 후보자는 대검 공안부장으로서 촛불집회와 미네르바 사건 등을 지휘했다. 하지만 촛불집회 때 기소 근거로 내세웠던 야간 옥외집회 금지 조항과 미네르바 사건의 처벌 조항인 전기통신기본법은 모두 위헌 판정이 났다. 박 후보자가 서 있을 근거가 무너진 셈이다.

물론 박 후보자는 2년 전부터 헌재 재판관이었고, 헌재는 1988년부터 검찰 출신을 받아왔다. 하지만 이런 관행도 박정희 정권 때인 1964년 대검 차장이던 주운화씨를 대법관에 임명하면서 시작된 것이다. 전두환 정권 들어서는 두 명으로 늘어나기도 했다. 사법부를 통제하기 위해 검찰 관료를 밀어넣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된 지 오래다. 근본적인 재검토가 필요한 사안이다.

게다가 헌재 재판관과 헌재소장은 그 의미가 다르다. 헌재소장은 시대정신을 꿰뚫는 이성과 우리 사회가 나갈 방향을 제시하는 밝은 눈이 필요한 자리다. 분출하고 갈등하는 다양한 욕구를 합리적으로 조정할 줄 아는 균형감도 필요하다.

그럼에도 공안검사 출신을 지명한 것은 박 대통령이 헌법의 보루인 헌재를 너무 가벼이 여기는 탓이다. 박 대통령의 헌재 유린은 벌써 네번째다. 안창호 재판관은 두 달 전 검찰총장을 해보겠다는 의사를 표명하고서도, 아직 자리를 지키고 있다. 그의 이런 파행 뒤에는 박 대통령 쪽과 교감이 있었다는 게 정설이다. 특정업무경비 등으로 치욕을 다 드러내고 결국 낙마한 이동흡 헌재소장 후보자를 막판까지 감싸고돈 것도 박 대통령이다. 김용준 전 헌재소장을 인수위원장에 이어 국무총리 후보로 지명한 일도 헌재 얼굴에 먹칠을 한 사건이다.

이런 박 대통령의 태도는 견제와 균형을 이뤄야 할 한 축인 헌재마저 정권의 하수인쯤으로 여기는 게 아닌가 싶어 섬뜩하다. 이러니 조용호·서기석 두 재판관 지명이 헌재의 다양성을 지키지 못했다고 얘기하는 건 사치스러운 주문 같아 말도 못 꺼낼 지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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