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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물의 날, 주목되는 한강 자연성 회복 선언 |
어제 물의 날을 맞아 우효섭 한국건설기술연구원장이 훈장 받은 것을 두고 말들이 많다. 물의 무덤으로 만들어버린 4대강 사업에 일조했다 하니 그럴 만도 하다. 게다가 이 정부마저 토건족에 이끌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가능하다. 하지만 우 원장이, 지금도 시대의 화두가 되고 있는 ‘하천을 물에게 돌려주자’는 기치를 내건 이라는 사실만큼은 기억하자.
이와 관련해 엊그제 서울시는 한강의 자연성 회복 기본구상을 발표했다. 강기슭(하안)은 콘크리트로 뒤덮이고, 물 흐름은 수중보로 차단되고, 지류는 낙차공으로 단절되어 있는 한강을, 모래톱과 하중도가 복원돼 사람과 자연이 함께 뒤섞이고, 황복과 고니가 드나드는 자연하천으로 되돌리자는 것이다. 야심차지만 무모해 보일 수도 있다. 이미 그런 인공수로 형태로 안정화됐는데 평지풍파 아니냐는 주장마저 나온다. 수중보 개폐시 식수 확보 문제와 퇴적에 따른 홍수 문제, 하안 콘크리트 제거시 휴식공간 문제는 어떻게 되는지 걱정도 많다. 하천을 물에게 돌려주는 것은 좋지만, 강과 인간의 조화가 가능하겠느냐는 불신이다.
역대 정부는 사람을 위한다며 하천을 희생시켰다. 한강은 그 상징이자 성공 사례로 꼽혔다.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사업도 그 연장이었다. 물길을 틈틈이 막고, 강기슭은 시멘트로 바르고, 강바닥(하상)은 파헤쳤다. 그 결과 담수량은 늘었지만, 물고기는 사라지고, 강은 정화기능을 잃었으며, 녹조는 창궐했다. 해마다 수천억원씩 들여야 겨우 식수원의 수질을 맞출 수 있다. 이명박 정권의 퇴진과 함께 하천의 자연성 회복이 곧바로 제기된 것은 그 때문이었다.
목표에는 동의해도 신중해야 하는 건 접근 방법이다. 무엇보다 단체장의 실적 쌓기 차원에서 추진하면 안 된다. 전임 정부는 4대강 파괴를 저의 실적으로 오판해 막무가내로 밀어붙이다가 국민에게 부담만 안겼다. 따라서 이 사업은 무엇보다 주민과 함께, 충분한 여론수렴을 거쳐, 실생활과 밀접한 부분부터 단계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아울러 사업의 공과 혜택도 주민들에게 돌아가도록 해야 한다. 자연이 물길 하나를 만드는 데 수십 수백 년 걸렸듯이, 서울시도 그렇게 나아가야 한다.
행복은 제가 소속한 공동체에서 존중받고, 보살핌 받고, 조화를 이룬다는 느낌에서 나온다. 자연은 이런 공동체의 본원적인 요소다. 애써 멀리 가지 않고 한강 모래톱에서 강수욕을 즐기고, 압구정 소악루 등에서 겸재의 진경을 감상하며 하중도에서 쉴 수 있다면 이보다 더 큰 행복은 없을 것이다. 유럽과 북미에서도 자연성 복원이 이미 대세다. 박근혜 정부가 견인차 구실을 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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