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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박 대통령, 잇단 인사 실패에서 교훈 얻어야 |
김병관 국방부 장관 후보자가 어제 사퇴하면서 박근혜 대통령이 인선한 고위급 인사 가운데 중도 탈락자가 6명으로 늘었다. 새 정부가 출범한 지 한달이 되어 가지만 인사로 인한 잡음과 논란이 끊일 줄 모른다. 정부 출범을 전후해 한달 이상 계속된 인사의 총체적 난맥상은 오롯이 박 대통령 책임이다. 박 대통령은 청문회 제도나 야당의 발목잡기 탓을 하고 싶겠지만 전혀 설득력이 없다. 인사의 전 과정, 즉 사전 조사와 검증, 여론수렴, 낙점, 사후 대처 등 어느 것 하나 매끄러운 게 없다. 문제투성이의 엉뚱한 인사들을 발탁해 놓고 여론의 질타가 쏟아져도 오불관언으로 버텨왔다. 부실, 불통, 오만으로 인한 인사 참사는 박 대통령의 이른바 ‘나홀로 인사’ ‘수첩 인사’ 때문이란 이야기가 여권에서조차 공공연하다.
김병관 후보자만 해도 그렇다. 그를 둘러싸고 숱한 논란이 제기됐음에도 지명한 뒤 38일 동안이나 감싸왔다. 안보가 위기라면서 국방 지휘부를 붕 뜬 상태로 방치하다가 도저히 안 되겠다 싶으니 내려놓았다. 새누리당 인사들조차 박 대통령의 고집에 머리를 흔들 정도였다. 엊그제 사퇴한 김학의 법무부 차관의 경우는 이 정권의 인사 시스템이 붕괴했음을 보여준다. 김 차관을 둘러싼 성접대 의혹이 시중에 파다했지만 청와대 민정 라인의 검증은 먹통이었다. 같은 검찰 출신이어서 제 식구 감싸기를 했거나, 검찰총장 물망에 오를 정도로 대통령 눈에 든 인사이다 보니 주먹구구 검증을 한 탓일 터이다. 검증 과정에 관여했던 인사들은 응분의 책임을 져야 한다.
박 대통령 인사의 가장 큰 문제는 실패에서 교훈을 찾지 못한다는 점이다. 야권은 물론이고 여권에서도 사전검증 등 인사 시스템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음에도 들을 생각을 안 하기 때문이다. 그 결과 해일처럼 ‘인사 참사’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헌법재판소장 후보자에 촛불집회와 미네르바 사건 등을 지휘한 공안검사 출신의 박한철 후보자를 지명한 것이 대표적이다. 한만수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 역시 경제민주화와 별 관계가 없고 세금을 탈루한 전력 등으로 부적격이란 평이 파다하다. 한 후보자는 박 대통령에게 손톱 밑 가시가 될 게 뻔하다. 이 와중에 어제 박 대통령이 임명을 강행한 현오석 경제부총리 역시 막중한 자리에 걸맞은 인물로 보기 어렵다.
박 대통령이 이렇게 헛발질을 계속하면 나중에 더 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사과할 것은 사과하고 반성할 것은 반성하는 겸허한 리더십이 필요하다. 박 대통령은 인사 스타일과 인사 시스템을 뿌리부터 점검해야 한다. 문제가 더 쌓이기 전에 인사 참사가 이어지는 근본 원인을 뿌리뽑는 게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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