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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한반도 긴장 낮추고 근본 해법 모색해야 |
북한이 남쪽 관계자들의 개성공단 방문을 차단한 데 이어 미사일을 발사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미국은 이에 대응해 미사일방어 체계를 처음으로 본토가 아닌 괌에 투입하기로 했다. 한반도를 둘러싼 대치와 긴장이 두달째 이어지는 모양새다.
연례적인 한-미 군사훈련 시기마다 긴장이 높아져 왔으나 올해 상황은 여러 면에서 차이가 있다. 우선 2월12일 북한 핵실험 이후 강화된 대북 제재가 겹쳐 있다. 북쪽은 이에 맞서 핵 보유 뜻을 분명히 하며 핵무기 보유국임을 인정받겠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미국이 군사훈련에 비(B)-2 및 비-52 전략폭격기, 핵잠수함, 에프(F)-22 전투기 편대 등 고성능 무기를 대거 투입한 것도 이례적이다. 젊은 나이에 최고 지도자가 된 북쪽의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가 안정적인 권력 유지·강화를 위해 군부 강경파에 많은 부분 의존할 수밖에 없는 점도 사태 악화에 기여하고 있다. 한국과 미국의 새 정부가 아직 새로운 대북 정책의 틀을 짜지 못한 것 또한 선택의 여지를 좁히고 있다.
당장 필요한 일은 사태를 진정시키는 것이다. 상대에게 겁을 줘서 물러서게 하는 게 무력시위의 목적일 텐데, 이런 상황은 이미 지나갔다. 북쪽이 미사일을 쏜다고 해서 태도를 바꿀 나라는 없고, 미국이 미사일방어 체계로 이 미사일을 요격하는 데 성공하더라도 사태가 나아지진 않는다. 양쪽 모두 자제가 필요하다. 무력시위는 한반도에 사는 사람들의 불안감과 우발적 충돌의 가능성만 높일 뿐이다. 특히 북쪽은 개성공단을 볼모로 잡을 수 있다는 발상을 버려야 한다. 한반도 평화의 한 축으로 기여해온 개성공단이 대결의 종속변수가 돼선 안 된다.
지금과 같은 상황이 무한정 계속될 것으로 볼 이유는 없다. 한-미 군사훈련은 이달 말까지 계속되지만 대개 뒤쪽으로 갈수록 내용이 약해진다. 북쪽도 큰 명절인 김일성 생일(4월15일)이 지나면 긴장을 유지해야 할 내부 필요성이 줄어들 것이다. 국제적으로도 한반도 상황 악화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북쪽 입장에서는 지구촌의 관심을 끄는 데 성공했다고 볼 수 있고, 남쪽과 미국 처지에서는 한반도 문제의 심각성을 재인식하는 충분한 계기가 됐다.
사태 진정 노력과 함께 근본적인 해법 모색이 이뤄져야 한다. 북쪽의 위협적인 행태를 비난하고 비슷한 방식으로 맞대응하기는 쉽지만 그것만으로는 아무것도 풀리지 않는다. 이명박 정부의 압박 위주 대북정책이 북한 정권을 약화시키거나 태도를 바꾸게 하지 못하고 핵 문제를 더 악화시킨 것이 이를 잘 보여준다. 모턴 핼퍼린 전 미국 국무부 정책기획실장이 어제 제안한 ‘국제조약 방식의 동북아 안보 포괄적 협정’은 주목할 만하다. 한국전쟁 종료와 관계정상화, 상시협의회 구성, 북한의 핵불능화와 비핵무기지대 조성, 대북 에너지 원조와 제재 해제 등을 담은 협정을 한·미·일이 합의해 추진하는 내용이다. 어떤 상황에서도 무력충돌을 피하고 끝까지 평화적으로 문제를 풀겠다는 의지와 노력이 요구되는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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