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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3.04.05 19:03 수정 : 2013.04.05 19:03

산은금융그룹 회장에 박근혜 대통령의 서강대 동문으로 인수위원을 지낸 홍기택 중앙대 교수가 내정됐다. 홍 교수는 국제금융과 거시경제 분야 전공으로 금융권 실무 경험이 없다고 한다. 박 대통령이 공기업 인사 원칙으로 내세운 전문성과는 거리가 먼 사람이다. 그는 새 정부가 추진을 약속한 금산분리 정책에도 반대했다고 한다. 상징성이 큰 금융공기업 수장에 대한 첫 인사로 어떻게 이런 인물을 내정했는지 이해할 수 없다. 이명박 정부의 낙하산 인사를 비난하면서 공기업 수장들의 사퇴를 요구하고 있는 새 정부가 빈자리를 전리품처럼 낙하산 인사들에게 분배하겠다는 뜻인지 몹시 우려된다.

산은은 민영화가 사실상 중단되고 정책금융기관의 재편을 앞두고 있다. 이렇게 변화와 격랑이 예상되는 시기의 산은을 이끌려면 전문성은 물론이고 탁월한 리더십이 필요하다. 그러나 홍 교수는 사외이사 경험 이외의 금융권 경험이나 큰 조직을 이끌어본 경험이 없다고 한다. 또 인수위원으로 있으면서 농협금융지주 사외이사 겸 이사회 의장을 겸직한 것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일자 사외이사를 사퇴했다. 공직에 대한 관념이 부족하다는 방증이다. 오죽하면 산은 노조가 출근저지 투쟁에 나서겠다고 하겠는가.

박 대통령이 강조해온 국정철학 공유가 안 돼 있는 점은 더 큰 문제다. 그는 새 정부가 추진하려는 금산분리를 금융산업 발전의 족쇄라며 정면으로 반대한 인물이다. 금산분리는 내국인보다 외국인을 우대하는 불공평한 제도이며 금산분리 원칙을 계속 고집하면 우리 금융산업의 조속한 발전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재벌 논리를 대변해왔다.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금산분리를 강화하겠다고 대통령에게 업무보고를 한 바로 다음날 그런 그를 임명제청했다. 정부의 금산분리 의지마저 의심하게 하는 일이 아닐 수 없다. 홍 교수가 규제개혁위원으로 활동하면서 대주주 적격성 심사제도 등 금융산업 규제에 반대했다니, 금융규제 완화를 위한 트로이의 목마가 되지 않으리란 법이 없다.

금융 낙하산의 폐해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겪어왔지만 이명박 정부 때 더 나빠질 수 없을 만큼 경험했다. 금융지주 회장이 막강한 힘을 갖고 본부장이 할 일까지 시시콜콜 챙기고 외부 청탁과 무관하지 않은 인사에 일일이 관여해 금융의 암흑기였다는 말까지 나왔다. 우리 같은 경제 규모를 갖고 있으면서 세계 50위 안에 드는 은행이 한 곳도 없을 정도로 금융산업이 낙후된 이유도 관치와 이러한 낙하산 인사에 있다. 4대 천왕에 대한 원성이 높은 금융권에서 오죽하면 구관이 명관이란 소리가 나오는지 돌아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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