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13.04.05 19:03 수정 : 2013.04.05 19:03

북한이 운영하는 인터넷 사이트 ‘우리민족끼리’의 가입자 명단이 해킹에 의해 공개돼 무차별적으로 나돌고 있다. 특히 일부 보수 누리꾼들이 ‘죄수번호’라고 이름붙여 가입자들의 직업과 나이 등 신상을 공개하는가 하면 경찰은 가입자들에 대한 국가보안법 위반 여부에 대한 내사를 벌이고 있다고 한다. 해킹은 명백한 불법행위이고 이를 토대로 마녀사냥에 가까운 신상털기를 하는 것 역시 명예훼손에다 인권침해에 해당한다. 즉각 중단해야 한다.

국제 해커조직 어노니머스가 최근 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산하 대남 선전용 사이트인 ‘우리민족끼리’를 해킹해 공개한 명단은 무려 9001명에 이른다. 보수 누리꾼들이 주로 활동하는 누리집 ‘일간베스트 저장소’(일베) 회원들은 ‘우리민족끼리’ 가입자의 이름과 이메일 주소 등을 활용해 신상을 검색한 뒤 일베 누리집에 ‘죄수번호’란 이름을 붙여 가입자들의 직업과 나이, 출신 대학과 가족사진까지 올리고 있다. 또 게시글에 이들을 ‘간첩’으로 지칭하고는 “국가정보원에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신고했다”며 인증사진까지 붙이는가 하면 당사자들에게 비난하는 내용의 휴대전화 문자도 보냈다고 한다.

북한이 운영하는 사이트에 가입했다는 사실만으로 ‘간첩’ 운운하는 건 명백한 사이버테러가 아닐 수 없다. 이들이 ‘죄수번호’를 붙여 공개한 가입자 중에는 취재를 위해 들어간 언론인이나 북한 전문가 등 다양한 목적으로 가입한 회원들이 망라돼 있다.

경찰의 내사도 신중할 필요가 있다. 우선 해킹 자체가 불법이라서 불법으로 취득한 증거의 증거능력에 대한 논란이 있다. 과거 엑스파일 사건에서 ‘독수독과 이론’을 거론하며 도청으로 수집된 삼성과 검찰 고위층의 뇌물수수 의혹을 묻어버려 놓고 이제 와서 해킹자료를 토대로 처벌 운운한다면 설득력이 떨어진다. 더구나 ‘우리민족끼리’의 본사와 서버가 중국에 있어서 압수수색으로 증거수집을 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한데 어떻게 가입 경위와 ‘이적 목적’을 확인하겠다는 건지도 의문이다.

북한의 3차 핵실험 이후 조성된 긴장 국면을 이용해 일부 누리꾼들이 매카시즘적 불장난을 벌이려는 건 경계할 일이다. 공안당국 역시 이에 편승하려 해선 곤란하다. 국정원이 정치댓글 사건 해명 과정에서 ‘1:9:90’ 법칙 운운하며 친북좌파 척결을 내세웠지만 실제 내놓은 증거나 수사실적은 알려진 게 없다. 졸지에 ‘간첩’ 내지 ‘죄수’로 몰려 인권침해를 당하고 있는 사람들을 구제하는 게 당장 급한 일이다. 수사기관은 일의 선후를 잘 가려 조처해야 할 것이다.

광고

브랜드 링크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