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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3.04.07 19:14 수정 : 2013.04.07 23:06

김재철 전 문화방송 사장이 5일 경찰에 불려가 조사를 받았다. ‘트로이컷’이라는 보안프로그램으로 직원들의 전자우편과 인터넷 메신저 내용을 훔쳐본 혐의다. 노조가 김 사장을 고발한 게 지난해 9월이니 전형적인 ‘늑장 수사’다. 그래도 최근 검찰이 재일동포 무용가와 관련된 혐의를 수사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된 만큼, 사장 시절의 전횡에 대한 단죄가 이뤄지는 게 아닌가 하는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문화방송은 지금 해야 할 일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 당장 급한 게 김 사장 체제에서 하락한 신뢰도를 회복하는 일이다. 한 시사주간지의 조사를 보면, 문화방송의 신뢰도는 2010년 18.0%에서 2012년 6.1%로 떨어졌다. 이를 회복하려면 파업 과정에서 해고된 8명을 복직시키는 게 가장 시급하다. 또 엉뚱한 곳으로 전보됐다가 법원 판결로 현업에 복귀한 54명의 아나운서·기자들에게 ‘공정한 마이크’를 돌려줘야 한다. 김 전 사장이 파업 기간에 채용한 100여명의 시용직으로 인한 내부 갈등의 골도 메워야 한다.

이처럼 얽히고설킨 실타래를 풀어야 할 사람은 새 사장밖에 없다. 상처난 조직원들의 마음을 추스르고 힘을 한데로 모아 공영방송 문화방송의 경쟁력을 복원하려면 새 리더십이 절실하다. 하지만 김 사장이 해임되고도 여전히 문화방송은 ‘김재철 없는 김재철 체제’가 지속되고 있다. 김 전 사장을 떠받들었던 사람들과 시스템이 여전히 작동하고 있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새 사장을 뽑아야 하는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가 대단히 불투명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4일 열린 방문진 이사회에서도 사장 인선 문제는 아예 안건에도 올라오지 못했다. 야권 쪽 이사들은 서두르지만 여권 쪽 이사들은 급할 것 없다는 태도다. 심지어 안광한 부사장 대행 체제로 그냥 가자는 발언까지 나왔다고 한다. 이러다 보니 방문진이 청와대나 새누리당의 지침을 기다리는 게 아니냐는 추측을 낳고 있다. 눈치도 없이 자율적으로 새 사장을 인선했다가 자칫 불호령이 떨어지는 것 아니냐며 불안해하고 있다는 것이다. 정말 그렇다면 한심한 노릇이다.

방문진은 문화방송이 권력과 자본으로부터 독립하여 공정한 방송을 하도록 하기 위해 만든 사회적 합의의 산물이다. 방문진 이사는 공영방송을 바로 세우기 위한 치열한 고민이 있어야 하고, 국민과 시청자를 대표한다는 자부심을 가져야 할 자리이다. 그리고 김재철 사장을 해임함으로써 그 첫발은 내디뎠다고 할 수 있다. 방문진이 그 마음가짐으로 다음 발을 서둘러 내딛기를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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