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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청년실신’ 학자금 대출 부담 완화해야 |
학자금 대출을 제때 갚지 못해 가압류 등에 시달리는 청년들이 크게 늘었다고 한다. 한국장학재단 자료를 보면, 지난해 법적 조처를 당한 대학 졸업자가 1807명에 이르며 채무액은 110억원이 넘는다. 2009년의 659명, 37억여원에 비해 3배 가까이 늘어난 수치다.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많은 청년들이 어깨를 펴보지도 못하고 학자금의 무게에 짓눌린다면 보통 일이 아니다.
학자금 대출은 주택금융공사가 보증을 서주던 2009년 1학기까지 정부 보증으로 진행됐고 이후 한국장학재단의 일반 대출로 전환됐다. 한국장학재단은 학자금 대출을 받은 대학생이 졸업 뒤 소득이 발생했는데도 6개월 이상 대출금을 갚지 않으면 법적 조처에 나선다고 한다. 연체자의 급여와 부동산 등 재산을 묶어두는 가압류를 건 뒤 소송을 통해 재산 강제집행을 하게 되며, 그 여파로 신용회복위원회에 개인 워크아웃을 신청하는 청년층도 늘고 있다. 청년 신용불량자를 빗대 ‘청년실신’이라는 말이 나돌 정도로 당사자들이 겪는 경제적 불이익이나 사회생활의 어려움은 심각하다.
정부보증 학자금 대출 연체자가 지난해 말 기준으로 4만명이 넘고, 일반 학자금 대출 연체자는 5만여명에 이른다니 상황은 갈수록 악화할 가능성이 크다. 그 가운데서도 이미 졸업한 지 꽤 된 정부보증 학자금 대출자의 연체 상황이 아직 대학생이거나 갓 졸업해 소득이 적은 일반 학자금 대출자보다 훨씬 심각하다. 정부보증 학자금 대출의 연체가 많은 것은 2005년 연 6% 수준이었고 금융위기가 터지기 직전인 2008년에는 연 7%까지 오른 고금리 탓이 크다고 한다. 당시로선 저금리 대출에 속했지만 대출자들이 돈을 갚아야 할 시기가 오자 금리 부담이 만만찮게 커진 것이다. 차라리 금리가 낮은 대출을 새로 받아 학자금 대출을 갚는 게 이득일 수 있다고 하는데 그냥 넘길 상황은 아니다.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이 지난달 내놓은 실태조사에서도 학자금 대출이 청년들에게 족쇄가 되고 있음이 드러난다. 대졸자 열 가운데 셋이 학자금 대출을 받고 있으며 평균 채무액은 901만원에 이른다고 한다. 대출금 갚는 데 졸업 뒤 평균 4년5개월이 걸린다니 졸업과 동시에 한참을 빚 갚기 바쁘다. 학자금 대출을 받은 졸업자들이 대출금을 갚기 위해 서둘러 취업에 나서고 그러다 보니 일자리 질도 대출 부담이 없는 졸업자에 비해 떨어진다고 한다.
청년들의 날개를 꺾지 않도록 가압류 기준 등을 완화할 필요가 있다. 근본적으로는 등록금을 낮추고 장학금 제도를 확충해 졸업 뒤 학생들이 빚을 지지 않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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