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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3.04.08 19:09 수정 : 2013.04.08 19:09

진주의료원 폐업이 진주나 경남을 넘어 전국적인 쟁점이 되고 있다. 전국 공공의료원들이 정도의 차는 있지만 공통으로 직면하고 있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지금이야말로 우리나라 공공의료 체계 전반을 성찰하고 재정비할 때다.

한국의 의료 역사는, 공공의료가 붕괴하고 민간의료는 공룡으로 커간 역사라 할 수 있다. 공공병상은 75.1%(1949년)에서 39.4%(1971년)를 거쳐 8.4%(2011년)로 수직 낙하한 반면, 민간병상은 같은 기간 24.9%, 60.6%, 91.6%로 급팽창했다. 10%도 안 되는 공공병상 점유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75.1%는 물론이고 세계에서 의료분야가 가장 상업화한 미국의 34%에도 훨씬 못 미치는 것이다.

이렇게 된 데는 1980년대부터 급증한 의료 수요를 전두환·노태우 정권이 철저하게 민간에 맡겨버린 탓이 크다. 더욱이 1990년 무렵 서울아산병원과 서울삼성병원이 개원하면서 이른바 ‘의료계 군비경쟁’이 시작됐다. 서로들 암센터, 심장병센터 등을 지으며 덩치 불리기에 나선 것이다. 이른바 ‘빅 5’의 경우 2005~2011년 사이 병상 수를 2000개 늘렸는데 나머지 39개 상급 종합병원들은 1600개 정도에 그쳤다. 이런 공룡들이 탄생하니 생태계가 교란됐다. 가벼운 감기 환자까지 대형 병원들이 싹쓸이하면서 사회적인 낭비를 부채질한 것이다. 자연히 동네 작은 병원들은 말라죽어 갔다.

‘돈의 논리’는 공공병원까지 휘둘렀다. 지방정부는 지방의료원을 압박했고, 의료원은 공중보건의에게 웃돈을 얹어주는 방식으로 실적을 올리도록 유도했다. 돈벌이를 위해 장례식장과 건강검진센터를 지었다. 서울대병원은 대일청구권이라는 선조들의 핏값으로 현재 건물을 세웠는데도 공공병원의 정체성을 내버린 지 오래다. 서울 강남의 부유층을 대상으로 한 건강검진센터를 세워 돈벌이에 나섰다. 국립중앙의료원이 2010년 법인화된 뒤 가장 먼저 한 일은 경찰서와 소방서 등에 공문을 보내 행려병자들을 응급실로 데려오지 말라고 부탁한 것이었다.

이런 흐름은 이명박 정부 아래서 더욱 속도를 내, 마침내 2012년 경제자유구역 안에 영리병원을 지을 수 있도록 하는 시행규칙을 통과시키는 데까지 이르렀다. 현재 34개 지방의료원 가운데 흑자는 7곳뿐이고, 전체의 65%가 100억원 이상의 부채를 안고 있다. 다들 바람 앞의 촛불이다. 여기서 진주의료원이 문을 닫는다면 다른 지방의료원에서도 도미노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박근혜 정부는 공공의료 체계를 살리기 위한 획기적 조처를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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