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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대선평가보고서가 새 분란거리 된 민주당 |
민주통합당 대선평가위원회가 어제 ‘18대 대선 평가보고서 패배원인 분석과 민주당의 진로’라는 최종보고서를 발표했다. 대선이 끝난 지 넉 달 가까이 지나 가까스로 대선 종합보고서가 나온 것이다.
이번 대선평가보고서는 민주당이 안고 있는 문제점들을 나름대로 조목조목 짚었다. “민주당은 평상시 활동하지 않는 ‘휴면 정당’으로 국민의 신뢰를 받지 못했다” “계파정치의 폐해에 눈을 감고 오직 야권 후보 단일화만 되면 이긴다는 안일한 판단이 대선 패배를 불러왔다”는 등 민주당으로서는 뼈아픈 지적이 많다. 평가위는 이런 평가를 기초로 계파 헤게모니 청산과 통합의 리더십, 생활 현장으로 파고드는 민생정치의 실현, 정당의 현대화 등 민주당이 나아가야 할 방향도 제시했다.
문제는 이번 대선평가보고서가 민주당의 환골탈태를 위한 출발점이 아니라 오히려 새로운 분란의 씨앗으로 등장했다는 점이다. 대선 패배의 원인을 문재인 전 대선 후보를 비롯해 이해찬·한명숙 전 대표, 문성근 전 대표대행 등 이른바 친노 주류 지도부에서 찾으며 이들에게 책임 있는 자세를 보이라고 요구한 것이 불씨다. 시기적으로 당의 새로운 지도부를 뽑는 5·4 전당대회까지 앞두고 있어 평가위 결론을 둘러싼 당내 주류-비주류 간의 논쟁은 더욱 격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대선평가위가 대선 후보와 전직 당 지도부에 대해 거의 ‘정계은퇴’를 의미하는 ‘책임정치 윤리의 실천’을 요구하고 나선 것이 과연 적절한가를 두고는 사람마다 평가가 다를 것이다. 보고서의 지적처럼 자신의 행위에 대한 책임을 외면하지 않는 태도는 지도자의 고결한 품성이며 이런 책임윤리 실천이 조직의 건강과 활로 개척을 위해 필요한 것임은 분명하다. 하지만 대선이 끝난 뒤 자발적으로 결단을 내렸으면 모르되 이제 와서 등 떠밀려 책임을 지는 모습이 얼마나 국민을 감동시킬지는 의문이다. 무엇보다 당사자를 비롯한 친노 주류 쪽이 ‘마녀사냥식 보고서’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나선 것을 보면 보고서의 요구사항이 받아들여질 가능성도 별로 없어 보인다.
당의 새로운 도약의 발판을 삼기 위해 만든 대선평가보고서가 또다시 계파 갈등의 대상이 된 현실이야말로 민주당이 처한 현주소다. 계파정치의 폐해 등 보고서에서도 지적된 민주당의 고질적 문제점은 전혀 개선의 기미도 보이지 않는다. 이런 모습으로는 국민의 신뢰 회복도, 당의 혁신과 통합도, 정권교체도 모두 헛된 꿈일 뿐이다. 민주당이 더욱더 구제불능의 나락으로 빠져들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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