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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교육자치 발목잡기’, 새 정부도 마찬가지인가 |
교육자치의 핵심 주체인 시·도교육청은 이명박 정권 시기 내내 교육부와 심한 갈등을 겪어야 했다. 대부분 교육청과 지방자치단체 쪽의 교육개혁 노력에 교육부가 제동을 걸면서 벌어진 일이었다. 이런 일들이 박근혜 정부가 들어선 뒤에도 계속되고 있다.
교육부는 엊그제 광주시의회가 재의결한 학교자치조례에 대해, 대법원에 조례무효 소송과 효력정지 신청을 하라고 광주시교육청에 지시했다. 시민단체가 ‘닫힌 학교의 문을 주민의 힘으로 연다’는 취지로 제안하고 오랜 논의와 적법한 절차를 거쳐 채택한 조례를 거부한 것이다. 교육부는 교육청이 바로 지시를 이행하지 않으면 직접 제소에 나설 태세다. 교육부는 경기도의회에서 통과돼 지난 5일 공포될 예정이었던 ‘경기도 사학기관 운영 지원·지도 조례’(사학조례)에 대해서도 재의를 요구한 상태다. 이 조례는 사학비리 근절을 위해 시·도교육청 차원에서 처음 시도한 것으로, 사학의 민주적 운영과 투명성을 높이는 내용을 담고 있다.
교육부는 ‘상위 법률에 어긋난다’, ‘공익을 해칠 우려가 있다’ 따위의 이유를 들고 있으나 이는 근거가 취약하다. 그보다는 사학재단 등 교육개혁에 소극적인 기득권층을 옹호하기 위한 성격이 강하다. 이들 조례가 새 정부 들어 새로 제기된 것은 아니다. 지난해부터 이어져온 사안에 대해, 이명박 정부보다 전향적인 교육정책을 펴겠다는 새 정부가 똑같은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해서는 새 정부의 교육정책에 대한 신뢰가 생기기 어렵다.
이명박 정부에서 교육부와 시·도교육청은 학생인권조례, 학교폭력 학교생활기록부 기재 등 여러 사안에서 갈등을 빚었다. 특히 이주호 전 장관 재임 시절 교육부와 시·도교육청 사이에 벌어진 민사·형사·행정 소송은 10건이 넘는다. 교육부는 교사 징계에 소극적이라는 이유로 김상곤 경기도교육감을 검찰에 고발하기도 했다. 직간접으로 관여된 교사나 시민단체 등이 낸 소송까지 따지면 수십건까지 늘어난다. 특히 학생인권조례는 여러 시·도에서 공포됐으나 교과부가 지난해 1월 대법원에 조례무효확인소송을 제기한 상태여서 제대로 시행되지 않고 있다.
서남수 교육부 장관은 취임 이후 이른바 진보교육감을 포함한 전국 시·도교육감을 초청해 의견을 듣는 등 이전 정권과는 다른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구체적인 행동이 뒤따라야 진정성을 믿을 수 있다. 광주시와 경기도의 조례에 대한 거부가 단순히 관성에 의해 이뤄진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교육부는 교육자치의 정신을 훼손하는 일을 당장 그만두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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