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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국세청, 일감 몰아주기 과세부터 제대로 하라 |
일감 몰아주기 등 대기업의 편법적인 부 대물림에 대해 세정당국이 세금을 제대로 추징하지 않았다고 감사원이 지적했다. 최근 3년간 있었던 주식변동 및 자본거래 과세 22건에 대한 감사 결과라고 한다. 감사원은 이 가운데 9건에 대해 증여세 부과 방안을 마련하라고 국세청에 통보했다. 편법적인 부의 대물림을 막으라고 상속증여세 완전포괄주의를 도입했는데, 정작 세무당국이 규정 미비를 이유로 소극적이었다니 문제가 있다.
증여세 완전포괄주의란 유형을 정해놓고 열거돼 있는 대상만 과세하는 게 아니라 개념에 맞는 것은 모두 과세하자는 취지로 2004년 도입됐다. 그 이전에 증여세는 민법상의 일반적인 증여와 이와 유사한 14개 유형의 의제증여에 대해서만 과세하도록 했다. 그러다 보니 증여가 확실해 보이는데도 규정에 해당되지 않아 세금을 물리지 못하는 일이 있었다. 더구나 법망을 교묘히 피해갈 수 있는 새로운 기법들이 개발되면 그때야 뒤늦게 과세 근거를 만들어야 하는 상황이 이어졌다. 이에 따라 재산이 무상으로 이전된 사실만 확인되면 전부 과세하자는 포괄주의로 전환하게 된 것이다. 그런데 국세청은 관련 법령에 증여 시기, 증여 이익 산정 등과 관련한 규정이 마련돼 있지 않다는 이유로 사실 조사도 증여세 부과도 하지 않고 있다는 게 감사원의 지적이다. 또 기획재정부의 경우 국세청이 사실을 판단할 사항이라는 점을 들어 소극적으로 법을 운영하고 있다고 한다.
이 때문에 대기업 대주주들이 자녀 등 특수관계자가 소유한 비상장 법인에 내부거래를 통해 버젓이 증여하고 있는데도 증여세를 부과하지 않은 사례가 한둘이 아니다. 대표적으로 현대차그룹의 정의선 부회장은 물류기업인 현대글로비스에 대한 최초 출자액이 20억원이었지만 주식가치 상승 이익 등으로 2조여원의 재산을 정몽구 회장으로부터 간접적으로 이전받았다. 롯데그룹 계열사인 롯데쇼핑은 비계열 특수관계사에 영화관 내 매점 등을 낮은 임대료로 임대해 1000억원대의 현금배당과 주식가치 상승 이익을 안겨줬다. 이런 사례들에 대해 과세가 적절히 이뤄지지 않았다는 게 감사원의 지적이다.
국세청은 소송에서 패할 우려가 있기 때문이었다고 설명하지만 그 이전에 재벌 봐주기 눈치보기 습성에 젖은 탓이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 감사원이 통보한 대로 증여세 부과 방안을 마련하고 완전포괄주의 집행기준을 구체적으로 정해야 한다. 일감 몰아주기 근절은 박근혜 대통령의 핵심 공약이다. 지하경제 양성화나 과세 강화도 좋지만 더 이상 눈 뜨고 세원을 놓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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