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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김정은 1년’, 핵·미사일 집착에서 벗어나야 |
최근 개성공단 가동을 중단시킨 북한은 미사일 발사 움직임을 보이면서도 내부적으로 축제 열기를 끌어올리려 애쓰고 있다. 어제는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노동당 제1비서가 된 지 1년이 되는 날이고, 15일은 북쪽의 큰 명절인 김일성 생일인 까닭이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로동신문>은 ‘김정은 1년’을 평가하면서 특히 ‘인공지구위성 광명성 3호 2호기(장거리 로켓 은하 3호)의 성과적 발사’와 ‘3차 핵실험 성공’을 ‘통쾌한 승리’로 꼽았다. 핵·미사일 역량을 키운 것이 김정은 제1비서의 최대 업적인 셈이다. 하지만 북쪽이 핵·미사일에 집착할수록 대외관계는 더 나빠지고 국제적인 고립도 더 깊어질 수밖에 없다. 지금이 바로 그런 상태다. 북쪽의 전통적 우방인 중국의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조차 그제 북쪽에 “상황을 오판하지 말라”고 요구했다. 러시아의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무장관도 같은 날 ‘북한 문제에 대한 러시아와 미국의 입장에는 차이가 없다’고 했다. 북쪽이 중거리 미사일을 쏜다면 국제사회의 눈길은 더 차가워질 것이다.
김정은 제1비서는 비교적 짧은 시일에 권력을 굳히는 데 성공한 듯하다. 그러나 경제 분야에서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는 한 중장기적으로 체제가 안정되기는 어렵다. 북쪽도 이를 알기에 ‘핵무력·경제 건설 병진노선’을 내세웠을 것이다. 게다가 국제사회는 김정은 제1비서의 지도력에 대해 불안해한다. 특히 북쪽이 핵·미사일 문제와 무관한 개성공단의 가동을 중단시킴으로써 지도력에 대한 의심은 더 커졌다. 북쪽이 이런 문제점들을 풀려고 하지 않고 무력 강화에만 매달려서는, 한반도를 둘러싼 긴장이 지속되는 것은 물론이고 북쪽 내부 상황도 더 어려워질 것이다. 북쪽이 진정으로 한반도 평화 정착과 경제 개선 등을 위한 대화를 바란다면 핵·미사일 동결 선언부터 해야 한다.
우리 정부와 미국은 북쪽의 강경 자세에 맞대응만 할 게 아니라 대화를 시작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갈 필요가 있다. 지난 몇 달 동안 북쪽이 취한 여러 조처의 배경에는 내부 단합이라는 목표가 깔려 있으며, 이번주가 그 절정이라고 할 수 있다. 힘의 대결을 끝내고 국면을 바꿀 때인 것이다. 한·미는 대북 특사 파견을 포함해 기초적인 신뢰를 회복하고 실질적인 대화를 진전시킬 수 있는 방안들을 찾아야 한다. 오늘로 예정된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의 첫 방한이 이런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핵무기는 북쪽 주민의 삶을 보장하지 못한다. 핵무기는 다른 나라의 불안감과 경계심을 키워 안보도 더 어렵게 한다. 김정은 1년의 현주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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