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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대북 대화로 가는 길, 포기 없이 넓혀 나가야 |
북한이 우리 정부가 제안한 남북대화를 일단 거부했으나, 한반도 관련 현안들을 대화로 풀려는 관련국들의 노력은 조금씩 구체화하고 있다. 각국은 대화로 가는 길을 넓혀 나가고, 북쪽은 대화에 응해야 한다.
북쪽은 어제 대남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 대변인을 통해 “(남쪽이) 사죄나 책임에 대한 말 한마디 없이 대화를 운운한 것은 너무나 철면피한 행위”라며 대화 제의는 “아무 내용이 없는 빈껍데기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북쪽의 이런 태도는 실망스럽다. 개성공단 가동을 일방적으로 중단시킨 북쪽이 ‘사죄와 책임’을 거론한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또 남쪽의 제의 방식이 명료하지 않았던 것은 사실이지만, 만나 보지도 않고 ‘별 내용이 없다’고 할 일은 아니다. 북쪽은 아직 남북대화를 시작할 때가 아니라고 본 듯하지만, 이런 전술적 판단은 북쪽한테도 득이 되지 않는다.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은 그제 중국 지도자들과 잇따라 만난 뒤 연 기자회견에서 ‘북한이 핵 계획을 포기하면 아시아에 전진배치한 미사일방어 체제를 감축 또는 철수할 수 있다’고 밝혔다. 미국이 북한의 위협을 빌미로 중국 봉쇄 강화를 시도한다는 중국 쪽 우려를 덜어주기 위한 발언이다. 당연히 북한이 결단을 내리도록 중국 쪽이 적극 나서 달라는 요구가 깔려 있다. 미국이 양자 및 다자 대화 재개 의사를 밝히고 있는 것도 중국 쪽 뜻을 수용한 것이다. 중국은 6자회담과 북-미 대화를 주장해 왔으나 최근까지 버락 오바마 미국 정부는 분명한 태도를 보이지 않았다.
미국은 이제 북한의 변화를 무작정 기다리는 ‘전략적 인내’ 정책을 포기하고 대화와 외교를 수단으로 하는 개입정책으로 돌아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실질적인 대화가 진행되려면 북한의 비핵화 의사가 전제돼야 한다. 미국이 북한의 핵 포기 수준에 맞춰 관련국들의 상응조처를 규정한 9·19 공동성명 이행을 강조하는 것은 이런 면에서 적절하다. 우리 정부는 북쪽이 일단 거부했다고 해서 남북대화 노력을 중단해선 안 된다. 중국은 한·미의 대화 노력에 발맞춰 북한을 설득하는 데 성의있는 모습을 보여줘야 할 것이다.
북쪽은 한·미·중 세 나라에서 새 정권이 들어선 뒤 조성되는 대화 기회를 놓치지 말기 바란다. 우선 태양절(15일, 김일성 생일)에 맞춰 있을 것으로 예상돼온 미사일 발사를 중단해야 한다. 북쪽은 남북대화를 피할 이유가 없다. 개성공단은 남북 공동의 자산이고, 당장 북쪽을 실질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주체는 남쪽뿐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북쪽은 한반도 비핵화 실현으로 가기 위한 결단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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