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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3.04.14 18:58 수정 : 2013.04.14 18:58

풀려가는 듯하던 진주의료원 사태가 갑자기 얼어붙고 있다. 진주의료원 폐업을 허용하는 조례 개정안이 지난 12일 경남도의회 문화복지위원회에서 날치기 처리된 데 이어, 다음날 전국에서 모여든 시민·노동자 3000여명의 행진을 막아서기 위한 이른바 ‘준표산성’이 등장했다. 마치 이명박 정부 5년 동안 벌어졌던 불통과 독단의 병폐들이 재현되는 듯한 느낌이다.

경남도의회 문화복지위원회의 두 여성 의원은 12일 밤 날치기를 막으려다, 동료인 새누리당 의원들에게 셔츠 단추가 모두 뜯길 만큼 온몸을 긁히고 부딪혀 다발성 찰과상을 입었다고 한다. 특히 날치기 처리 과정이 찍힌 동영상을 보면, 윤성혜 경남도 보건복지국장이 회의실 문을 닫으라고 지시하고, 공무원들이 탁자를 옮겨 문 앞을 막는 장면이 나온다는 게 야당 의원들의 얘기다. 공무원들이 특별한 지시를 받지 않고 이토록 과감하게 정치적인 행동을 한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날치기가 경남도의 새누리당 의원들과 홍 지사의 합작품임을 보여주는 증거라고 할 수 있다.

회의실 문을 가로막는 장면은 이명박 정부 아래에서 벌어졌던 숱한 날치기들을 연상시킨다. 본회의장의 문을 쇠사슬 등으로 걸어잠가 야당 의원의 출입을 봉쇄한 채 미디어 악법, 한-미 자유무역협정 비준동의안을 처리했던 것과 비슷한 수법이다.

그제 경남도청 앞에는 전·의경 2400여명, 살수차 2대와 더불어 차벽트럭 8대가 등장해 도청 정문을 막고 나섰다. 차벽트럭에 실린 접이식 벽을 펼치면 높이 5m가량의 벽이 설치된다는데, 5년 전 촛불시위 때 나타났던 ‘명박산성’을 떠올리게 한다. 누리꾼들은 이를 ‘준표산성’이라고 이름붙였다. 다행히 집회가 평화롭게 끝났지만, 이런 장비가 등장했다는 것만으로도 정책 집행 과정에서 소통 단절과 일방 독주가 빚어지고 있다는 걸 입증해준다.

더 심각한 문제는 말과 행동이 다르다는 것이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촛불시위로 궁지에 몰리자, 청와대 뒷산에 올라가 ‘아침이슬’을 들으며 눈물을 흘렸다고 했다. 홍 지사도 날치기 하루 전날인 11일 경남도의회에 나가 “진주의료원 사태 해결을 위한 노사 대화에는 정상화 문제도 포함된다”고 말해 대화에 힘을 실어주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가, 하루 만에 돌변했다.

홍 지사는 이명박 정부 5년 동안 당대표와 원내대표를 지낸 최고 실세였다. 그가 모셨던 이 전 대통령이 얼마나 초라한 뒷모습을 보이며 퇴진했는지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진주의료원 폐업에 반대하는 국민이 71%라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홍 지사는 이 여론에 귀 기울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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