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설] 검찰개혁, 여론의 관심과 압력이 필요하다 |
지난 12일 박근혜 대통령과 민주통합당 지도부가 청와대에서 만나 검찰개혁을 올 상반기에 마무리한다는 여야의 지난달 합의를 재확인했다. 그러나 국회 안 어디서 검찰개혁을 논의할지를 두고 여야가 신경전을 벌이고 있고, 구체적인 개혁 방안을 놓고는 여야 정치권과 검찰 안팎에서 적잖은 이견이 존재한다. 과거 말만 요란했던 검찰개혁이 검찰의 로비와 검찰 출신 의원들의 방해로 무산된 적이 한두번이 아니어서, 여론의 관심과 압력이 동반되지 않으면 이번에도 낙관하기가 쉽지 않다.
상설특검 문제만 놓고 봐도 청와대와 여야·검찰이 모두 도입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으나 속내는 조금씩 다르다. 우선 검찰 수뇌부를 비롯한 검찰 내부 기류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황교안 법무부 장관은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법적 안정성을 침해할 우려’를 언급하며 미온적 태도를 보였다. 채동욱 검찰총장 역시 “국회가 정해주는 대로 따르겠다”면서도 “논의 과정에서 검찰 의견을 내겠다”며 부정적 태도를 내비쳤다. 채 총장이 특임검사제를 대폭 강화하겠다고 밝힌 게 상설특검 무용론을 확산시키려는 뜻이 담긴 게 아닌지 의심하는 견해도 있다. 검찰 내부에선 상설특검을 도입하더라도 상설조직을 갖춘 ‘기구 특검’이 아니라 사안이 생길 때마다 운용하는 ‘제도 특검’을 선호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그러나 대검 중앙수사부를 폐지하는 대신 특임검사를 늘리고 상설특검을 사실상 ‘비상설’ 기구로 만드는 것은 검찰개혁 논의를 빈껍데기로 만드는 일이다. 여야와 청와대가 한목소리로 특별감찰관과 상설특검을 두기로 한 이상 애초 취지대로 기구특검으로 하는 게 맞다.
여야가 검찰개혁안을 어디서 만들 것인지를 놓고 신경전을 벌이는 것도 볼썽사납다. 법제사법위나 사법개혁특위 중 어디서 하든 내용이 문제다. 특히 과거의 경험에 비춰, 검찰 출신 의원들이 많이 포진한 새누리당이 검찰 주장에 동조해 개혁안을 빈껍데기로 만드는 데 맞장구를 칠 가능성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야당 역시 고위공직자비리조사처를 만들기로 합의한 게 아닌 이상 과도한 요구로 여당에 합의 파기의 빌미를 주는 잘못을 범해선 안 된다. 시민단체 등도 법안 논의와 심사 및 표결 과정에서 의원 개개인이 어떤 태도를 취하는지를 낱낱이 파헤쳐 누가 ‘개혁 저항’ 또는 ‘개혁 방해’ 세력인지를 밝힘으로써 유권자들의 판단을 도울 필요가 있다.
국회 선진화법 도입 이후 모처럼 주어진 검찰개혁의 호기를 놓치지 않도록 여야 지도부와 의원들이 지혜를 발휘하기를 기대한다.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