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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3.04.15 19:02 수정 : 2013.04.15 19:02

박근혜 대통령이 최근 여야 정치권 인사들과 잇따라 식사 모임을 하고 있는 것은 그동안의 불통 이미지에서 벗어나 정치권과 적극적으로 소통하려는 노력으로 평가됐다. 계속된 인사 파동 등으로 지지율이 추락한 상황에서 각종 정책을 원활히 추진하고 국정운영 추동력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정치권과의 관계 회복이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기도 하다.

박 대통령의 ‘식사 정치’에 대해서는 야당 쪽도 일단 긍정적이다. 지난 12일 청와대 만찬 회동에 참석한 민주당 인사들 사이에서는 “박 대통령이 소통 의지를 보였다” “박 대통령에 대한 평가가 좋아졌다”는 등의 호의적인 반응이 많이 나왔다. 하지만 박 대통령의 식사 정치가 과연 진정성이 있는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도 적지 않다. 여야 정치인들과의 잇따른 만남이 일종의 정치적 장식물 내지는 소통 정치의 알리바이용에 그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다.

단적인 예가 윤진숙 해양수산부 장관 후보자 임명 문제다. 박 대통령은 지난 12일 야당 지도부와의 만찬에서 “인사와 관련해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고 사과하면서도 “윤진숙 후보자는 쌓은 실력이 있으니 지켜보시고 도와달라”고 말해 임명 강행 의지를 내비쳤다. ‘인사 실패’를 시인하면서도 ‘실패한 인사’를 바로잡을 생각을 하지 않는 모순된 태도다. 결국 민주당 지도부와의 회동 목적은 야당의 목소리를 경청해 이를 국정에 반영하려는 데 있다기보다는 당면 현안에 대한 자신의 의지를 관철하려는 데 있다고 보이는 것이다.

윤 후보자의 임명 강행 문제는 청와대-야당 관계뿐 아니라 여당인 새누리당과의 관계에 대한 가늠자도 된다. 윤 후보자에 대한 새누리당의 일치된 반대 기류는 그동안 모든 장관 후보자들에 대해 감싸기로 일관하던 이한구 원내대표마저 “윤 후보자는 임명돼도 식물장관이 될 것”이라고 말한 데서도 확인된다. 새누리당의 이런 기류는 지난 9일 청와대에서 열린 당 지도부 및 국회 상임위원장단 초청 만찬에서 박 대통령에게 전달됐다고 한다. 문제는 박 대통령이 이날 만남에서 말로는 “앞으로 모든 사안에 당의 말을 많이 듣겠다”고 약속해 놓고도 실제 행동은 딴판으로 하고 있다는 점이다.

박 대통령과 정치권의 진정한 소통은 단순히 만나서 밥을 함께 먹고 덕담을 나누는 수준으로는 이뤄지지 않는다. 정치권의 고언과 충고를 귓전으로 듣고 흘려버릴 생각이라면 이런 만남은 아예 하지 않느니만 못할 수도 있다. 모처럼 조성된 청와대와 정치권의 새로운 관계 정립 기류가 윤 후보자 임명 강행으로 빛이 바래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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