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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민주당 정강 변경, 소모적 이념논쟁 돼선 안돼 |
민주통합당이 5·4 전당대회에서 채택할 당 강령 및 정강정책에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전면 재검토’라는 표현을 쓰지 않기로 하는 등 당 노선을 중도 쪽으로 조정하는 방안을 추진한다고 한다. 민주당은 성장, 튼튼한 안보, 북한 인권 등 보수 이슈들도 반영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민주통합당이란 당명도 예전의 민주당으로 돌아간다고 한다.
민주당의 이런 노력은 지난해 대선과 총선 패배를 불러온 당 노선에 대한 반성에서 출발했다는 점에서 일단 긍정적이다. 당 노선이라는 게 이념과 공리공론에 치우쳐 화석처럼 굳어져 있다면 당으로서의 생명력을 잃는다. 국민의 요구에 부응해 현실에 맞게 실사구시적으로 당 노선을 정립해 가는 일은 환영할 만하다. 다만, 이 과정에서 불필요한 이념논쟁보다는 생산적이고 합리적인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
지난 선거에서 민주당은 한-미 자유무역협정의 전면 재검토를 내세웠지만, 정책이나 논리의 일관성 측면에서 다소 설득력이 떨어졌던 게 사실이다. 노무현 정부와 이명박 정부의 협정에 차이가 있다는 게 민주당 쪽 주장이었지만 다수 국민들에겐 민주당이 집권 시절 추진했던 정책을 스스로 뒤엎은 것으로 보였을 뿐이다. 실현 가능한 것은 전면 재검토가 아니라 합리적 범위의 재협상이라 할 수 있다. 북한 인권 문제도 발등의 불이다. 반북 대결주의를 조장하기 위해 북한 인권을 들먹이는 극우세력의 행동에 찬성할 순 없지만 보편적 휴머니즘의 관점에서 진보진영도 북한 인권 문제를 고민하고 대응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튼튼한 안보, 기업의 창의적 활동 등도 진보진영이 관심을 갖지 않을 이유가 없다.
다만, 민주당의 이런 노선 수정 노력이 현실에 기초하지 않고 선거에 졌으니 우클릭하고 보자는 식이면 곤란하다. 선거 때마다 흘러간 이념적 잣대에 따라 이리저리 왔다갔다하는 것은 공당의 자세가 아니다. 갈수록 피폐해지는 서민과 중산층의 현실을 직시하고 그들의 요구와 바람에 터잡는 현실 적합성 있는 정책과 노선의 정립이 필수적이다.
지난 대선에서 유권자들은 대체로 경제적 측면에선 재벌개혁과 복지 등 경제민주화를 지지했고, 안보 측면에선 튼튼한 안보 등 전통적인 보수 성향을 견지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당선은 결국 국민의 이런 요구를 충실히 반영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사안별로, 내용별로 현실 적합성 있고 민생에 필요한 정책을 채택하고 이를 추진할 실력을 기르면 되는 것이다. 기존의 노선을 무슨 보물단지처럼 붙잡고 얽매일 일도 아니지만, 그렇다고 선거에서 졌다고 당 노선을 한꺼번에 뒤바꿀 일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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