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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인사 실패의 대미 장식한 윤진숙 장관 임명 |
박근혜 대통령의 잇따른 인사 실패는 결국 윤진숙 해양수산부 장관의 임명 강행으로 마침표를 찍었다. 여론의 일치된 반대도, 해양수산업계의 거센 반발도, 새누리당의 우려와 간청도 쇠귀에 경 읽기였다. 박 대통령은 소통보다는 고집을, 정치권의 고언 수용보다는 자신의 의지 관철을 선택했다.
박 대통령이 어제 윤진숙 장관, 최문기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이경재 방송통신위원장, 채동욱 검찰총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함으로써 정부 출범 52일 만에 내각 구성이 모두 마무리됐다. 그러나 그 내용은 매우 참담하다. 어제 임명장을 받은 사람들을 봐도 검찰총장을 뺀 나머지 세 사람은 모두 국회 인사청문보고서가 채택되지 않은 후보자들이었다. 국회 인사청문회 제도 자체의 필요성에 대해 근본적인 회의를 품지 않을 수 없다.
이 가운데서도 단연 ‘인사 실패의 꽃’은 윤진숙 장관이다. 윤 장관이 자질 부족 등으로 장관에 적합하지 않다는 판단에는 여야가 따로 없었다. 심지어 새누리당은 청와대 임명장 수여식이 끝난 뒤에도 “윤 장관이 방대한 해양수산부 조직을 잘 통솔할 수 있을지, 대한민국을 해양강국으로 도약시키는 토대를 만들 수 있을지 국민은 걱정스러운 눈으로 바라보고 있다”는 대변인 논평을 발표했다. 당과 청와대의 관계나 논평 발표의 시점, 발언의 수위 등을 살펴볼 때 전례를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의 신랄하고 파격적인 논평이었다. 그만큼 박 대통령의 윤 장관 임명 강행이 민심을 정면으로 거스르는 비상식적 행위임을 보여주는 것이다.
박 대통령의 윤 장관에 대한 임명 강행이 더욱 실망스러운 것은 최근 정치권과의 잇따른 식사 회동 뒤에 나온 결정이라는 점이다. 소통을 위한 노력은 단순한 포장에 불과할 뿐 ‘불통과 오만’이라는 본질적인 알맹이는 전혀 변하지 않았다는 평가가 나올 수밖에 없다. 청와대와 정치권 사이에 모처럼 형성된 화해 기류도 급속히 얼어붙고 있다. 당장 민주당 안에서는 “웃는 낯에 뺨 맞은 격” “당 지도부가 청와대 만찬에 참석해 들러리만 섰다”는 등의 성토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청와대가 앞으로 각종 정책 과제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야당의 협조를 얻는 데도 빨간불이 켜진 셈이다.
박 대통령이 이런 모든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윤 장관을 선택한 깊은 뜻이 무엇인지는 알 길이 없다. 다만 그 선택에 따른 책임과 부담은 고스란히 박 대통령의 몫이라는 점이다. 특히 윤 장관이 제대로 업무능력을 발휘하지 못할 경우 이번 결정은 정권 운영에 더 치명적인 부메랑이 돼서 돌아올 것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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