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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손에 잡히는 게 없는 미래부의 창조경제 |
미래창조과학부의 어제 청와대 업무보고는 박근혜노믹스의 핵심이라고 보기에는 실망스럽다. 미래부는 과학기술과 정보통신기술을 육성해 신산업을 창출하고 모든 산업에 확산시켜 창조경제를 실현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창업 생태계를 조성하고 10개 신산업 창조 프로젝트를 가동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창조경제가 논란이 됐을 때처럼 분명한 비전을 보여주지 못하고 구체성이 결여돼 손에 잡히는 게 없다. 미래부는 거품을 빼고 진솔하게 제 역할을 찾아가야 할 것이다.
미래부는 창조경제 생태계 조성, 연구개발 및 혁신 역량 강화, 소프트웨어 콘텐츠 산업화 등을 핵심 비전으로 제시했다. 방향은 옳지만 기왕에 정부나 민간에서 추진하고 있거나 해야 할 일을 포괄적으로 제시한 데 그쳐 새로운 맛이 없다. 2017년까지 10대 신산업 창조 프로젝트를 가동하겠다는 것도, 위성영상 데이터 처리나 줄기세포 기술 등을 예시했을 뿐 구체적인 항목을 정하지 않은 상태다. 정부 조직 구성이 늦어진 점을 고려하더라도 이렇게 추상적이고 교과서적인 청사진으로 어떤 성과를 낼 수 있을지 우려된다.
세상에 존재하는 산업만으로 일자리 창출과 경제성장에 한계가 있다며 2017년까지 40만개 넘는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데 이르면 정책 부서가 맞나 헷갈릴 정도다. 미래부는 신생 부서여서 부처간 협업이 필요해 자리를 잡아가면서 성과를 내야 할 처지다. 미래부가 자칫 역할에 대한 과도한 기대만 좇다가는 존재의 기반을 잃을 수 있다. 휴대전화 가입비를 낮추겠다는 것이 창조경제를 하겠다는 미래부 보고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게 웃지 못할 현실이다.
창업 생태계 조성을 위해 부처간 연계를 강화하고 기술지주회사를 도입해 지원을 확대하겠다는 방안은 역점을 둘 필요가 있다. 벤처기업에 대한 지원책이 있지만 아이디어 발굴과 인재 양성, 지식재산에 대한 보호조치를 더욱 강화해야 한다. 이런 일도 정부가 너무 전면에 나서지 않고 민간의 창의성과 호응을 끌어내는 마중물 구실을 충실히 하면 된다. 기초 원천 기술에 대한 연구개발 투자를 확대하고 산학연 연계 시스템을 정착시킬 필요도 있다.
새 시장과 일자리를 창출하려는 시도는 김영삼 정부의 신경제, 김대중 정부의 정보통신산업 진흥 등 역대 정권에서도 있었다. 단기 실적을 좇다가 부메랑을 맞는 것도 봐왔다. 창조경제가 성공하려면 경제민주화를 통한 공정하고 기회균등한 생태계 조성이 필수적이다. 민간의 창의성이 꽃피도록 여건을 조성하는 한편 교육 및 환경에서 창의성을 가로막는 문제의 근원을 찾아 해소해 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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