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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8.18 19:45 수정 : 2005.08.18 19:46

사설

삼성이 명절 때마다 검사들에게 떡값을 돌린 내용이 담긴 옛 안기부의 불법도청 테이프 녹취록이 공개됐다. 분명히 말하지만 이 돈을 ‘떡값’이라고 부르는 것부터 잘못이다. 그것은 분명히 뇌물이다. 게다가 검찰은 그동안 다른 사람들의 뇌물죄에 대해서는 가혹하리만큼 엄격하게 죄를 물어오지 않았는가. 따라서 이들이 뇌물을 받았다면 그 죄는 더욱 크다.

그동안 검찰은 삼성 앞에만 서면 한없이 작아진다는 비아냥을 받았다. 검찰의 이런 몸사리기에는 모두 숨겨진 이유가 있었던 셈이다. 그동안 정치권으로부터의 독립을 그토록 외쳤던 검찰은 막상 삼성이라는 또다른 거대 권력으로부터는 전혀 독립하지 못했다. ‘삼성공화국’ ‘검찰공화국’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막강한 우리 사회의 두 세력이 돈을 매개로 단단히 야합했으니 삼성으로서는 두려울 게 없었을 것이다.

이 녹취록 가운데 압권은 “아주 주니어들, 우리 이름 모르는 애들 좀 주라고” 하는 대목이다. 삼성에게 검찰은 몇 푼 안 되는 돈을 쥐여주면 얼마든지 길들일 수 있는 ‘애들’이었던 셈이다. 우리 사회의 최고 엘리트임을 자부해온 검사들이 그 고상한 자존심을 내팽개친 채 재벌이 던져주는 돈을 머리를 조아리면서 황송한 표정으로 받는 모습을 상상하니 정말로 창피하고 부끄럽다.

문제는 검찰이 이 사건의 사후처리 과정에서도 또다시 자존심을 내던졌다는 점이다. 철저한 진상 규명과 뇌물 수수자의 처벌은 검찰의 자존심 회복 차원에서라도 마땅히 이뤄졌어야 옳다. 하지만 검찰은 녹취록 내용을 파악하고서도 자체 감찰조사마저 벌이지 않은 채 빠져나갈 궁리에만 급급했다. 그러니 삼성의 불법로비 의혹 수사가 제대로 될 리가 없었다. 늦었지만 이제부터라도 검찰은 자신의 환부를 과감히 도려내는 데 주저함이 없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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