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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3.04.19 19:03 수정 : 2013.04.19 19:03

그동안 말 많고 탈 많았던 문화방송의 새 사장 선출 절차가 어제부터 시작됐다. 문화방송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는 그제 정기이사회를 열어 사장 선임 일정을 확정했다. 김재철 사장이 해임되어 사표를 제출하고 나간 지 23일 만이다. 방문진이 뒤늦게나마 ‘김재철 없는 김재철 체제’를 지속시키려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털어내고 새 사장을 뽑기로 한 것은 다행이다.

방문진은 이달 26일까지 사장 후보를 공모한 뒤 29일 임시이사회에서 3배수로 압축하고, 새달 2일 정기이사회에서 투표(재적 9명의 과반인 5명 이상의 찬성)로 사장을 선출하기로 했다. 새 사장의 임기는 김 전 사장의 잔여 임기인 내년 2월까지다. 방문진 쪽은 응모 자격에 따로 제한이 없고 사장 선출 기준은 이전과 다름이 없다며, 공영방송의 독립성·공공성에 대한 신념, 뉴미디어와 같은 방송 환경에 대한 이해, 대내외적 신뢰, 수익 창출 능력 등을 기준으로 제시했다.

독립성과 공정성을 담보할 새로운 사장 선임 제도가 마련되지 않은 지금 상황에서, 방문진 주도로 사장을 선임하는 것은 불가피하다. 다만, 방문진이 그동안 정권의 거수기 노릇을 해온 전력을 볼 때, 정부와 방문진을 비롯한 관련자들의 각성과 외부 감시 강화가 절실하다. 사장 선임 절차가 정치적으로 왜곡되는 걸 막아야 김재철 체제에서 3분의 1토막 난 문화방송에 대한 신뢰와 공정성을 살릴 수 있다.

우선 청와대와 정부는 쓸데없는 개입으로 인한 ‘낙하산’ 논란을 불식해야 한다. 낙하산 사장이 얼마나 방송의 공정성을 훼손하고 내부 분란을 초래했는지는 김재철 사장 3년의 경험으로 충분하다. 박근혜 대통령은 “언론을 장악할 의도도 없고 할 수도 없다”고 말한 바 있다. 이번 사장 선임 과정은 그 말의 진정성을 가늠해볼 수 있는 중대한 실험대이다.

방문진 이사들도 대오각성해야 한다. 정권이나 추천 세력의 지침이나 의사가 제시되더라도 이를 물리치고 자율적으로 판단하겠다는 결의와 용기가 필요하다. 방문진 이사의 역할은 추천인의 거수기가 아니라 문화방송의 독립성과 공공성을 지키는 것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문화방송이 이렇게까지 망가진 데는 이사들의 줏대 없고 비굴한 자세가 큰 몫을 했다는 걸 깨달아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문화방송의 공정성 회복을 바라는 언론·시민단체가 이번 사장 선임 과정을 두 눈 부릅뜨고 감시하는 것이다. 지금과 같은 제도 아래에서는 어떤 정권도 방송을 장악하려는 유혹을 쉽게 피하기 어려울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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