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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인권 후진성 드러낸 차별금지법 입법 철회 |
민주통합당 김한길·최원식 의원이 각각 발의했던 차별금지법 제정안을 결국 철회했다. 두 의원은 최근 공동 발의한 의원들에게 돌린 철회 요지서에서 “차별금지법안의 취지에 대해 오해를 넘어 왜곡과 곡해가 가해져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토론이 어려운 상황”이라며 “주체사상 찬양법, 동성애 합법화법이라는 비방과 종북 게이 의원이라는 낙인찍기까지 횡행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차별금지법에 대한 일부 보수 기독교 단체들의 반발과 항의에 떠밀려 두 의원이 사실상 백기를 든 셈이다.
이번 차별금지법 입법 논란은 아직 갈 길이 먼 우리의 후진적 인권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두 의원이 발의한 차별금지법은 모든 성별, 장애, 병력, 나이, 언어, 국가, 민족, 피부색 등 신체조건과 종교, 사상 및 정치적 지향, 성적 지향, 학력, 고용형태 등에 대해 합리적 이유 없이 차별을 금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일부 보수 기독교 단체들은 “법이 통과되면 학교에서 동성간 성행위를 가르치고 북한을 찬양하는 사람을 처벌하지 못하게 될 것”이라며 항의 전화와 메일에 더해 낙선운동 위협까지 하기에 이르렀다.
이런 일부 보수 기독교계의 주장은 시대착오적이다. 차별금지법은 성적 취향 등으로 인해 일반 회사에서 해고되는 등 기본적 인권마저 짓밟히는 현실을 개선하자는 것이지 무슨 성적 취향을 장려하자는 게 아니다. 사상의 자유는 천부적 기본권에 해당한다. 사회적 소수자들의 아픔과 차별을 남이 아닌 내 가족의 일처럼 여기며 함께 아파하고 돌보는 사회적 풍토가 정착돼야만 인권 선진국이 될 수 있다. 오히려 사회적 소수자에 대한 차별과 혐오를 조장하고 확산시키는 듯한 일부 보수 기독교 세력의 행태는 우려스럽기 짝이 없다.
민주당의 두 의원이 모처럼 법안을 발의해 놓고도 이를 철회한 것은 안 하느니만도 못한 것이다. 두 의원의 법안엔 제1야당인 민주당의 절반 가까운 의원들이 서명했다고 한다. 결국 제1야당이 비이성적인 광풍에 떠밀려 인권 버팀목 역할을 포기한 것이나 다름없다. 발의할 때 더 신중을 기했거나, 일단 발의했다면 뚝심 있게 밀어붙여야 했다.
차별금지법은 박근혜 대통령의 대통령직인수위원회 140대 국정과제에도 포함된 내용이다. 유엔 인권이사회는 각국에 포괄적 차별금지법 입법을 권유하고 있고 대부분의 선진국은 이를 채택하고 있다. 이제 정부가 나서서 각계의 중지를 모아 차별금지법 제정을 성사시켜야 할 때다. 인권 후진국의 오명을 씻고 선진국으로 발돋움할 수 있도록 정부와 여야 정치권이 지혜를 모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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