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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3.04.22 18:59 수정 : 2013.04.22 18:59

현행 사면법은 대한민국 정부 수립 뒤인 1948년 8월30일 법률 제2호로 제정·공포된 뒤 한 차례도 개정된 적이 없다. 법령의 수명이 유난히 짧은 우리 법률 현실에 비춰보면 매우 희귀한 예가 아닐 수 없다. 역대 정권의 무분별한 사면권 행사를 두고 그동안 끊임없이 비판이 일었으나 막상 사면권 남용을 방지하는 제도 정비 작업은 이뤄지지 않았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가 어제 현행 사면법의 문제점을 짚고 대통령의 자의적 사면권 행사를 견제할 방안을 찾기 위한 입법청문회를 열었다. 이명박 전 대통령 임기 말에 이뤄진 ‘셀프 사면’으로 다시 높아진 사면법 개정 여론에 여야가 공감대를 형성한 결과라고 한다. 사면법 개정의 구체적인 방향은 앞으로 더욱 깊은 논의가 필요하겠지만 최소한 다음과 같은 내용은 담겨야 한다고 본다.

첫째, 지금처럼 들러리 노릇에 그치는 사면심사위원회가 아니라 객관적이고 실질적인 심사를 수행할 수 있는 심사위원회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심사위원 인적 구성의 적정성뿐 아니라 위원회 활동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높이는 방안이 포함돼야 한다. 심사위원의 명단은 물론이고 심사과정 회의록 등을 즉시 공개해 사면에 대한 국민의 감시와 통제가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

둘째, 사면 대상 배제 조항을 명시해 사면 대상자 선정에 더욱 신중을 기해야 한다. 반사회적 권력형 부정부패 사범, 헌정질서 파괴범, 반인륜적 또는 반인도주의적 범죄자는 물론이고 대통령 측근 등에 대한 보은 사면을 막기 위한 ‘자기사면 금지 규정’ 신설도 필수적이다.

셋째, 대법원 등 다른 기관의 의견 청취 및 의견 개진 조항을 넣는 방안도 적극 검토해야 한다. 사법부의 의견 청취에 대해서는 대통령과의 긴장 초래 가능성 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지만 사법권의 본질을 훼손할 우려가 있는 사면에 대해 사법부가 위험을 경고하고 제동을 거는 것은 마땅하다고 본다.

넷째, 사면권 행사에 대한 사후적 통제 장치 마련이다. 사면권은 본질상 사법심사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는 학계 의견도 있으나 이는 맞지 않다. 사면권 행사를 통치행위의 일종으로 보는 견해는 이미 구시대적 이론이며, 마구잡이 사면으로 법치주의를 형해화시켜 온 우리의 사면 실태를 봐도 사후 통제는 필요하다. 헌법재판소의 헌법소원 심판 등 방안은 여러 가지가 있다.

우리도 이제 사면권의 오·남용을 둘러싼 시비에 마침표를 찍을 때가 됐다. 국회가 지금까지 사면법 개정을 하지 못한 것 자체가 일종의 직무유기다. 다시 찾아온 사면법 개정의 좋은 기회를 무위로 흘려버리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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