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설] 여러모로 우려스런 황 법무의 기본권 인식 |
황교안 법무부 장관이 최근 “현재 우리나라 안보상황이 한국전쟁과 동서냉전이 벌어졌던 1950년대 미국보다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위험하다”고 말했다고 한다. 그는 <중앙일보> 인터뷰에서 국가보안법 7조(찬양·고무) 적용에 대한 질문을 받고 이렇게 말하고는 “지금도 인터넷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통해 우리 국가의 존립과 안전을 위태롭게 하는 글들과 자료들이 돌아다니고 있다”며 엄정 대처하겠다고 밝힌 것으로 보도됐다. 보도 내용만으로는 어떤 맥락에서 그런 말을 했는지 정확히 확인할 수는 없지만 당시의 미국보다 위험하니 표현의 자유 등 기본권 제한이 필요하다는 취지로 말한 것은 틀림없어 보인다.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헌법재판소장과 법무장관 등에 잇따라 ‘공안통’ 검사들이 중용되면서 법조계 안팎에서 대통령의 인사 배경에 대한 궁금증과 함께 적잖은 우려가 제기돼왔다. 공안통은 헌법의식이나 인권의식보다는 체제 수호에 경도된 경우가 많아 법조 수장으로서 균형감각에 문제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자칫 대통령의 통치철학에 대한 코드 맞추기까지 이뤄지면 심각한 편향이 생길 수도 있다.
이런 맥락에서 황 장관의 발언은 여러모로 우려할 만하다. 우선 공산주의에 맞서며 매카시즘이 횡행하던 50년대 미국과 비교하는 것 자체가 적절해 보이지 않는다. ‘국가 존립과 안전을 위태롭게 하는 글과 자료들이 돌아다닌다’는 황 장관의 시각은 시대착오적이다. 남북의 경제적 수준이 엇비슷하고 체제 경쟁이 치열하던 60~70년대에나 통할 법한 얘기다. 아직도 글 몇 편에 국가 존립이 위태로울 수 있다고 보는지 의문이 아닐 수 없다. 북한 내부까지 샅샅이 위성으로 중계되는 시대에, 이미 저만치 앞서 가고 있는 국민들의 대북인식 수준과도 한참 거리가 있다.
최근 북한의 도발 위협 이후 국민들의 우려가 커진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 와중에도 한반도 상황 전체를 냉정하게 인식하며 크게 동요하지 않을 정도로 우리 시민의식은 성숙했다. 한편에선 체제 경쟁이 끝났다고 호언하면서도 북한 변수만 생기면 호들갑을 떠는 극단적 보수세력의 행태에 법무장관마저 부화뇌동하는 듯한 모습을 보여선 안 된다.
검찰이 국정원의 정치개입 사건을 수사중인 시점이란 점에서도 이번 발언은 부적절했다. 바로 ‘원세훈 국정원’이 “북한 지령에 따라 인터넷에서 허위주장을 확대 재생산하는 종북세력에 대처하기 위해” 댓글로 심리전을 폈다고 주장하고 있지 않은가. 자칫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에 잘못된 메시지라도 줄까 염려된다.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