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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3.04.23 19:05 수정 : 2013.04.23 19:05

대검 중앙수사부가 어제 현판을 떼고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대검은 앞으로 백서를 발간하고 그 공과를 교훈으로 삼겠다고 밝혔다. 검찰의 표현처럼 중수부는 검찰 역사에서 수많은 공과를 남겼다. 1961년 대검 중앙수사국으로 발족한 이래 1966년 사카린 밀수 사건에서 최근의 저축은행 비리 사건에 이르기까지 굵직한 사건을 도맡았다. 노무현 정부에서는 현직 대통령의 정치자금까지 파헤쳐 수사검사의 팬클럽이 생길 정도로 국민들의 박수를 받기도 했다.

하지만 정치검찰이란 오명을 갖고 있는 우리 검찰의 정치편향은 이명박 정권 들어 더욱 극심해졌고 중수부가 그 핵심에 있었다. 급기야 전직 대통령을 죽음에 이르게 함으로써 결정적으로 국민의 신뢰를 잃게 됐다. 이렇게 과가 컸기에 국민이 압도적으로 중수부 폐지에 지지를 보냈다는 점을 검찰 구성원들은 깊이 성찰해야 한다.

돌이켜보면 민주화와 함께 법치주의가 조금씩 자리잡으면서 정보기관과 경찰은 약화되고 검찰의 권한은 커지기 시작했다. 지금의 한국 검찰은 수사권과 수사인력, 수사지휘권에다 기소권까지 독점해 세계 어디에도 없는 공룡기관이 됐다. 그러나 검찰은 권한에 걸맞은 도덕성과 자정능력을 갖추지 못했다. 특히 이명박 정부 5년간, 견제받지 않는 권력이 얼마나 타락할 수 있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뇌물검사, 성접대검사 등 각종 추문뿐 아니라 권력에 영합한 정치검사들의 추한 몰골에 국민들은 신뢰를 접었다. 지난해 한상대 검찰총장 진퇴를 둘러싸고 벌어진 추태는 이렇게 쌓여온 적폐가 곪아 터져 드러난 정치검찰의 맨얼굴이었다.

중수부는 폐지됐지만 검찰 개혁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대검은 어제 특별수사체계 개편추진 티에프를 꾸렸지만 상설특검 등 제도개혁은 국회가 우선권을 쥘 수밖에 없다. 검찰로서는 권한을 내려놓겠다는 겸허한 자세가 필요하다. 검찰엔 더 중요한 일이 남아 있다. 민간인 불법사찰과 내곡동 사건 등 정치검찰의 흔적이 뚜렷한 사건들을 제대로 처리해야 한다. 전직 법무장관도 용의선상에 올라 있다. 성역 없는 수사로 검찰 치부를 스스로 도려내지 못하면 ‘정치 중립’의 다짐을 믿어주기 힘들다.

최근 서울중앙지검장에 이어 3차장과 특수1부장 등 중수부를 대리할 핵심 수사라인에 대구·경북(티케이) 출신들이 집중 포진된 것은 불길한 조짐이다. 그 배경에 청와대의 입김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실패한 ‘한상대 사례’에서 보듯이 서울중앙지검장이 차기 인사를 의식해 청와대의 눈치를 보기 시작하면 위험하다. 다시 국민을 실망시켰다간 수사권마저 대폭 제한될 수 있음을 명심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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