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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북한은 ‘개성공단 정상화’ 대화 응해야 |
정부가 어제 개성공단 정상화를 위한 남북 당국간 실무회담 개최를 제의했다.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회담 주체와 의제 등을 구체적으로 언급한 사실상 첫 제의다. 북쪽은 대화에 응하기 바란다.
정부의 제의는 고육책의 성격이 강하다. 북쪽이 일방적으로 남쪽 사람들의 개성공단 방문을 막고 북쪽 노동자를 모두 철수시켜 공단 가동이 전면 중단된 지 보름 이상 지났다. 북쪽은 가동 재개를 애타게 기다리며 공단에 남아 있는 남쪽 사람들에 대한 생활필수품 수송조차 허용하지 않고 있다. 공단에 입주한 기업 가운데 상당수가 이미 도산 위기에 몰리고 있다. 공단에서 일해온 5만여명의 북쪽 노동자들도 졸지에 실업자가 돼 고통을 겪고 있을 것이다. 이런 상황이 더 지속된다면 개성공단은 2004년 가동 이후 처음으로 사실상 폐쇄 상태로 갈 수 있다. 이번 제의는 이를 막으려는 최소한의 시도로 보인다.
개성공단 문제와 관련한 북쪽 태도는 전혀 타당하지 않다. 북쪽은 남쪽 일부 보수단체와 보수언론의 ‘최고 존엄 모독’과 북쪽 체제 비난을 거론하며 사과를 요구했다. 남쪽 사회의 특성을 생각하지 않은 억지 주장이다. 또 북쪽은 한-미 군사훈련 등 이른바 대북 적대시 정책과 개성공단 가동 중단을 연계시켰다. 이는 그동안 우여곡절을 겪으면서 확립한 정경분리 원칙을 정면으로 무시하는 행태다. 이런 식으로는 어떤 방식의 남북 경협도 안정적으로 이뤄지기 어렵다. 북쪽은 정치·군사적 목표를 추구하기 위한 볼모로 개성공단 사업을 활용하려는 태도를 바꿔야 한다.
정부가 제의한 회담 형식과 내용에도 아쉬운 점이 있다. 정부는 북쪽에 오늘 오전까지 회신해 줄 것을 요구하면서 거부한다면 ‘중대 조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중대 조처는 아마도 공단 내 남쪽 인력의 철수 따위를 말하는 듯하다. 정부가 회신 시한을 촉박하게 제시하고 ‘중대 조처’라는 표현을 쓴 것은 적절해 보이지 않는다. 북쪽이 압박으로 받아들일 가능성이 다분하기 때문이다. 회담 내용도 당장의 가동 정상화뿐만 아니라 지난 몇 해 동안 계획대로 이뤄지지 않았던 공단 사업 확장을 비롯해 남쪽의 강한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어야 한다. 박근혜 대통령이 그제 개성공단 문제를 언급하면서 ‘과거와 같이 퍼주기식 해결은 있을 수 없다’고 한 것도 자극적이다. 북쪽의 말과 행동을 그대로 맞받아치는 식이어서는 문제가 풀리기 어렵다.
지금 개성공단을 정상화하는 데 필요한 것은 북쪽의 태도 변화다. 하지만 북쪽이 이 사업의 가치를 충분히 인정하도록 유도하는 정부의 노력도 함께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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