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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국정원 방패막이로 나선 여당과 수구언론 |
국가정보원의 정치개입 사건을 수사중인 검찰이 그제 민병주 국정원 전 심리정보국장을 소환하면서 수사가 본격화하고 있다. 경찰이 이름조차 확인하지 못했다던 민 전 국장을 전격 조사한 것은 경찰보다는 진일보한 수사가 이뤄지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갖게 한다. 그러나 최근 일부 여당 의원과 수구보수언론이 보여주고 있는 행태는 사건의 진상 규명을 사실상 방해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여서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조선일보>는 최근 국정원 직원 김아무개씨 등의 댓글 활동이 대북심리전이라는 국정원 해명에 동조하는 취지의 편집부국장 칼럼을 1면에 내보냈다. 이는 <한겨레>가 다음날 취재기자 칼럼을 통해 반박했듯이 기초적인 사실관계도 확인하지 않은 궤변에 가깝다.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세종시와 4대강 사업 등 국정현안을 거론하며 “대통령님과 정부정책의 진의를 적극 홍보하라”고 지시하고, 댓글공작을 주도한 심리전단이 ‘젊은층 우군화 심리전 강화 방안’까지 만든 사실이 보도됐음에도 애써 무시했다. 방문자 순위 330위 운운했으나, 원 전 원장 지시에 따라 젊은이들이 많이 찾는 사이트를 택했을 가능성이 크다. 원장 ‘지시’와 이에 따른 정치 댓글을 보고도 ‘종북 수사 미끼용’이란 국정원 설명이 맞다고 한다면 백치에 가깝다.
더욱 한심한 것은 새누리당 일부 의원들이 <조선일보> 보도 내용을 앵무새처럼 되풀이하며 아직도 “국정원 여직원에 대한 인권침해”라고 강변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대선 직전 경찰이 검색도 제대로 하지 않고 “특별한 혐의점을 찾을 수 없었다”고 발표한 것도 새누리당의 외압에 의한 것이었을 가능성이 짙다. 김무성 총괄선대본부장이 “댓글을 발견하지 못했다는 정보가 들어오고 있다”며 “경찰은 오늘 중으로 수사 결과를 발표하라”고 요구했고, 김선규 대변인은 “조사 결과가 오늘 나올 것”이라고 예고했다. 경찰이 그래 놓고 오히려 상부의 부당한 압력을 폭로한 권은희 전 수서경찰서 수사과장을 감찰하겠다니 적반하장이 아닐 수 없다.
논란에도 불구하고 국정원의 정치개입은 경찰도 인정하고 있다. 정보기관의 정치개입은 국민들이 피 흘려 쟁취한 민주주의를 뿌리부터 뒤흔드는 심각한 국기문란 행위다. 진보와 보수를 떠나 절대 용납해선 안 되는 행위다. 이를 지적하고 비판해야 할 언론이, 여당과 발맞춰 헌법 유린 행위를 옹호하려 드는 건 위험한 불장난이다.
검찰은 외풍에 흔들리지 말고 국정원 정치개입 공작의 전모와 함께, 새누리당과 경찰의 유착과 은폐·조작 의혹에 대해서도 철저히 파헤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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