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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3.04.30 19:08 수정 : 2013.04.30 19:08

오늘은 노동절이다. 1886년 5월1일 미국 주요 도시의 노동자들이 하루 8시간 노동을 요구하며 파업시위를 벌이다 수많은 사람이 목숨을 잃었다. 그때 흘린 피를 잊지 않기 위해, 또 단결된 힘만이 노동자의 권리를 지켜낼 수 있다는 깨우침을 기억하기 위해 제정된 날이 바로 노동절이다.

분명 손뼉을 치며 축하해야 할 날이지만, 선뜻 손바닥이 마주쳐지지 않는다. 우리나라 노동 현실이 너무나 암울하기 때문이다. 우선 노조 조직률부터 초라하기 그지없다. 노조 조직률은 1989년(19.8%)을 정점으로 내림세를 보이다 2004년 이후 10%대로 감소했다. 급기야 2010년엔 9.8%로 떨어지면서 좀체 회복되지 않고 있다. 자본에 맞서 노동에 유리한 분배구조를 이끌어낼 수 있는 ‘기초체력’이 바닥이 난 셈이다. 최근 정년연장, 대체휴일제 등을 둘러싸고 경제5단체가 국회를 상대로 전방위 로비전을 펼치는 데 반해 노동계의 대응이 미흡한 것도 이런 현실과 맞닿아 있을 것이다.

그나마 노동자의 힘도 정규직과 비정규직으로 나뉘어 있다. 고용노동부가 엊그제 발표한 근로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비정규직의 임금은 정규직의 63.6%에 불과하다. 성과급·상여금 등의 격차는 더 벌어진다. 무엇보다 항상 고용불안을 안고 살아야 한다. 이런 노동자가 3명 중 1명인 상태에서는 노동자의 단결을 외치기가 쉽지 않다.

대기업 정규직 노조의 이기주의는 이런 현실을 더 악화시킨다. 얼마 전 기아자동차 노사는 신규 채용 때 장기근속자 자녀에게 가산점을 주기로 해 ‘세습 채용’ 논란을 빚었다. 사내하청 노조원이 분신해 더욱 손가락질을 받았다. 한 공장 안에서 정규직이 비정규직을 안전판 정도로 생각하며, 노조 집행부는 정규직 조합원의 지지가 떨어질 것을 우려해 정규직과 비정규직 연대를 얘기하지 못하고 있는 게 현 상황이다.

물론 노동자를 갈라치는 건 자본의 힘이다. 그리고 이를 내버려두는 건 정부다. 하지만 정부가 고용안정으로 정책기조를 바꾸고 기업에 고통분담을 강제하도록 하는 건 노동자의 단결된 힘이다. 또 그 힘은 정규직이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연대할 때만이 나올 수 있다.

빠뜨릴 수 없는 건 국민의 지지다. 노동운동이 좁은 시야로 조직 이기주의에 빠질 경우 국민들의 공감을 얻는 데 실패하고 고립될 것이다. 우리는 2년 전 대학 청소노동자들의 투쟁을 기억한다. 작으나마 성과를 거둘 수 있었던 건 학생들의 적극적인 지지와 연대가 있었기 때문이다. 올해 노동절이 노동자의 단결과 국민적 공감대를 한 단계 끌어올리는 전환점이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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