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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정년연장, 사회적 타협으로 안착되도록 |
정년을 60살로 연장한 정년연장법의 국회 통과는 빠르게 고령화되고 있는 우리 사회에 큰 의미가 있다. 법안 심의에 참여했던 의원들 가운데는 시민들의 관심이 이만큼 뜨거웠던 적이 없었다고 할 정도다. 여야가 빠른 시간에 합의를 이뤄낸 데는 정년연장에 대한 사회적 관심도 한몫했다. 하지만 정년연장법이 안착하려면 풀어야 할 숙제가 한두 가지가 아니다. 기업마다 사정이 다르고 사업장마다 분쟁 요인이 잠복해 있기 때문이다. 법이 통과됐으니 나머지는 기업들이 알아서 할 일이라는 식으로 손을 놓고 있다가는 대기업이나 공공부문의 기득권만 보호해주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철저한 사전 준비와 함께 경제주체들의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
대기업이나 공공부문과 달리 중소기업이나 저임금 노동자층은 정년연장법이 실질적인 효력을 갖기 어려운 현실에 놓여 있다. 정년연장법은 2016년부터 공공기관, 300인 이상 사업장에 먼저 적용하고, 2017년부터는 정부·지자체와 300인 미만 사업장으로 확대하도록 의무화했다. 사업주가 근로자를 60살 이전에 내보낼 경우 부당해고로 간주해 처벌하는 벌칙 조항도 마련했다. 하지만 형편이 안 되는데 몰아친다고 해서 될 일이 아니다. 지급능력이 부족한 기업에서는 정년연장이 무의미해지거나 기업들이 편법을 쓸 수 있다. 애초 취지와 달리 정년연장으로 인해 대·중소기업간 격차가 더 벌어지고 노동자 내부 계층화가 심화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중소기업중앙회는 중소기업의 인력난과 인건비 부담을 들어 어려움이 가중될 것이라고 우려한다. 정년연장이 어려운 중소기업 등에 대해 지원금이나 세제지원 등 다양한 지원책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 대기업과 공공부문의 임금 하향 조정 몫을 저임금 중소기업 노동자의 정년연장 재원으로 돌려쓸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생각해볼 수 있다. 정부는 정년연장 지원 안착위원회를 설치해 노사협력과 고용 제도, 관행에 대한 전반적인 개선책을 마련하겠다고 하는데, 사회적 타협과 인식 전환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
정년연장법은 임금체계 개편을 한 사업장에만 정년연장 고용지원금을 주도록 해 사실상 임금피크제를 전제로 통과됐다. 그에 따라 임금 하향 평준화에 대한 우려 또한 적지 않다. 노동자의 희생을 바탕으로 정년연장이 이뤄지면 상생이라고 할 수 없다. 노조가 없는 사업장이 불이익을 받는 일이 없어야 하며 노조가 자신들의 이익에만 집착해서도 안 된다. 재계는 기업의 부담 증가를 우려하는데, 고령화와 조기 퇴직으로 인한 심각한 사회적 현실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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