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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의원 특권 내려놓기 법안 처리 서둘러야 |
여야가 정치쇄신 차원에서 추진해온 의원 특권 내려놓기 법안들이 넉달째 국회에 계류된 채 허송세월 중이라고 한다. 이런 상태라면 이번 임시국회 처리도 물 건너갈 조짐이다. 대선 전에 여야가 국민 앞에 공통으로 공약한 특권 내려놓기 관련 법안은 다른 무엇보다 우선적으로 처리해야 할 사안인데 차일피일 미뤄지는 사정을 이해하기 어렵다.
국회 정치쇄신특위는 지난 30일 전체회의를 열어 정치쇄신과 국회쇄신을 각각 다룰 두 개의 소위를 구성했다. 국회쇄신 특위에서는 국회의원 겸직 및 영리업무 금지 강화, 의원 연금제도 개선, 의원 수당 지급 개선 등을, 정치쇄신 특위는 지역주의 완화, 지방선거 정당공천제, 선거구 획정 제도 등을 논의하도록 했다.
그런데 정작 여야가 지난해 11월 대선을 앞두고 구성한 국회 쇄신특위에서 이미 합의해 처리하기로 한 특권 내려놓기 법안들은 처리 일정조차 잡지 못하고 있다. 여야는 지난해 11월 의원 겸직·영리업무 금지, 헌정회 연로회원 지원제도 개선, 국회 폭력 예방·처벌 강화, 인사청문회 제도 개선 등 4대 쇄신과제에 합의했다. 그 뒤 여야는 지난 1월 국회의원을 하루만 지내도 65살부터 월 120만원을 받는 의원 연금제도를 폐지하는 헌정회 육성법 개정안 등 10개 관련 법안을 발의했다. 하지만 쇄신특위에서 여야가 합의해 제출한 이들 법안은 지금껏 넉달째 잠만 자고 있다.
여야가 국회쇄신을 한다면서 기존에 합의한 것도 처리하지 않고 다시 특위를 만들어 논의를 시작하는 것은 이상하다. 의원 특권 내려놓기 법안들이 국회에 계류중이면 우선 이들 법안 처리에 주력하는 게 맞다. 그 뒤 필요한 사항이 있으면 논의를 이어가면 된다. 여야가 이번 국회에서 경제민주화 법안과 추경예산 등 민생 관련 입법을 서두르는 형편은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민생을 핑계로 제 살 깎기 법안을 흐지부지하려 들면 곤란하다.
여야는 지난해 총선과 대선에서 의원 특권 폐지를 앞다퉈 공약했지만 지금껏 뭐 하나 제대로 이뤄낸 게 없다. 국회의원의 겸직 금지 문제가 오래전부터 논란이 돼왔지만 19대 의원 3명 중 1명꼴로 여전히 겸직을 하고 있다는 통계도 나온 바 있다. 얼마 전에는 국회 본회의 출석률이 극히 저조해 의원들 이름을 일일이 열거하며 출석을 부르는 촌극마저 연출됐다. 의원들이 스스로 모범을 보이지 않으면 정치권에 대한 신뢰를 회복할 길이 없다. 여야는 의원 연금 폐지, 겸직 금지, 세비 삭감 등 국민 앞에 약속한 특권 내려놓기 법안들을 우선적으로 처리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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