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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3.05.02 18:54 수정 : 2013.05.02 18:54

엊그제 박근혜 대통령이 주재한 무역투자진흥회의는, 기업들에 ‘규제를 풀어줄 테니 수출을 늘리고 일자리를 만들어달라’는 메시지를 보낸 자리였다. 정부가 내놓은 여러 투자활성화 대책에 우려했던 수도권 규제완화는 포함되지 않았다. 하지만 분위기로 봐서 잠시 수면 아래로 들어갔을 뿐 언제든 고개를 내밀 수 있는 상황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이 피부에 와닿게 네거티브 방식으로 확실하게 규제를 풀 것을 주문했고, 정부 관계자가 앞으로 투자활성화 대책 2탄, 3탄이 계속 나올 것이라고 예고했기 때문이다.

정부는 경기침체의 장기화가 우려되자 수도권 규제 외에 입지 규제, 환경오염 규제 등에도 손을 대 어떻게든 기업 투자를 유도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을 하고 있는 듯하다.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앞서 재계와의 간담회 자리에서 수도권 규제완화를 요구받고 실무 검토를 하도록 했다고 한다. 경제5단체와 경기도는 그동안 공장총량제 등에 의해 규제받고 있는 수도권 입지 규제를 완화해달라는 요구를 줄기차게 해왔다.

수도권 규제완화는 30여년간 유지돼온 수도권 과밀화 억제와 지역균형발전 정책의 근간을 흔드는 것이다. 규제가 풀리면 수도권은 이상비대화하고 지금도 골이 깊은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양극화는 더욱 심화될 수밖에 없다. 기업 유치를 위해 공을 들여왔던 비수도권 지방자치단체들의 온갖 노력도 허사가 된다. 수도권 집중을 완화하고 비수도권 경제를 살려 국토의 균형발전을 꾀하자는 헌법 정신을 일순 허물어뜨리는 위험한 발상이다.

기업 투자 부진이 심각하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다. 투자가 부진하면 경기회복이 늦어지고 성장잠재력이 훼손될 우려를 모르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수도권 규제 때문에 대기업의 투자가 안 된다는 것은 너무 귀가 얇은 생각이다. 세계경제 침체와 내수 부진 등 기업 환경이 어려워 기업들이 투자를 하지 않는 것이지 투자할 만한 여건이 왔다고 판단하면 언제든 투자하기 마련이다. 손톱 밑 가시 정도가 아니라 아예 전봇대를 뽑겠다던 이명박 정부가 지난 5년 동안 기업의 투자 의욕을 살린다는 명분으로 각종 규제를 풀었지만 기업 투자는 늘지 않았다. 수도권 규제를 담은 수도권정비계획법 또한 지난 정부 때 여러 차례 완화돼 이미 누더기나 다름없는 신세다.

정부는 지역균형발전과 지방분권 촉진을 국정과제로 내세웠지만 지금까지 구체적인 실행계획은 내놓지 않고 있다. 대기업의 민원 해결 창구처럼 수도권 규제를 풀 게 아니라 지방 살리기와 지역균형발전 정책에 힘을 쏟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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