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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문화방송에 ‘제2의 김재철 체제’ 들어서나 |
문화방송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가 어제 이사회를 열어 김종국 대전문화방송 사장을 차기 문화방송 사장에 선임했다. 김 신임 사장은 최종 후보군에 오른 4명 가운데 안광한 부사장과 함께 친김재철 전 사장 계열로 분류되는 인물이다. 한마디로, 김 전 사장을 내몬 방문진이 다시 ‘김재철 체제의 연장’을 택한 셈이다. 실망스럽기 그지없다.
김 신임 사장 선임은 김재철 체제 3년 동안 바닥에 떨어진 문화방송의 공정성을 회복하고 갈가리 찢긴 조직의 통합을 바라는 문화방송 안팎의 기대에 찬물을 끼얹는 것이다. 문화방송은 김 전 사장 체제 아래서 더 망가질 데가 없을 정도로 추락했다. 정권 편향의 보도와 편성으로 공정성과 신뢰도가 방송3사 중 최하위로 떨어졌다. 김 전 사장이 취임한 2010년에 18% 정도였던 신뢰도가 2년 만에 6%로 주저앉은 사실이 이 모든 것을 말해준다. 김 전 사장은 공정성 회복을 요구하는 노조원들을 해고와 중징계, 부당 전보 등으로 방송 현장에서 축출하고, 그 빈자리를 새 인력으로 채웠다. 이로 인해 문화방송 조직은 ‘한 지붕 두 가족’이란 말이 딱 어울릴 정도로 분열됐다. 이런 상황에서 이번 사장 선임 과정이 김재철 체제에 대한 반성이 돼야 한다는 건 문화방송의 공정성 회복을 바라는 사람들의 당연한 공감대였다.
방문진이 진주·마산 문화방송을 통합하고 그 과정에서 노조원을 해고하는 등 김재철 체제 유지에 앞장섰던 사람을 신임 사장으로 뽑은 것은 공영방송의 고갱이인 공정성을 유린한 김 전 사장의 행위를 정당화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어느 때보다 권력의 개입이 약했던 이번 사장 선임 과정에서 방문진 여당 추천 이사들이 가장 중시한 기준은 방송의 공정성이라기보다 자신들에 대한 순응 여부인 듯하다. 권력의 입김이 강할 때는 권력의 입맛에 맞추고, 권력의 관여가 약할 땐 자신들의 이익을 앞세우는 이런 방문진에 무엇을 더 기대할 수 있겠는가. 여야는 앞으로 국회에 설치된 방송공정성특별위원회를 활발하게 가동해 이미 효용성을 상실한 방문진의 이사 구조를 개편하는 일에 박차를 가해야 할 것이다.
‘제2의 김재철’이란 평가를 받는 김 신임 사장의 앞날은 매우 험난할 것으로 보인다. 당장 8명의 해고자 복직과 징계자의 현업 복귀, 보도·제작·편성의 자율성 보장이란 난제가 그를 기다리고 있다. 첫 단추부터 잘 끼우지 못할 경우 김 신임 사장은 안팎으로부터 김재철 전 사장보다 더욱 강력한 비판과 도전에 직면하게 될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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