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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3.05.03 18:58 수정 : 2013.05.03 18:58

숭례문이 돌아왔다. 2008년 2월 어처구니없는 방화로 불타버렸던 숭례문이 5년3개월의 복구공사를 마치고, 오늘 복구 기념식을 연다. 숭례문이 시뻘건 불길 속에서 속절없이 무너져내릴 때, 우리의 마음도 불인두로 지지는 듯 아프게 타들어갔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그래도 숭례문은 별일 없었다는 듯 의젓하게 다시 돌아와 우리들의 상처를 어루만져주고 있다.

특히 사라졌던 전통 작업방식을 되살린 점은 국민들에게 문화적 자부심을 안겨줄 만하다. 우리 시대 최고의 장인들이 돌 하나하나, 기와 한장 한장에 땀과 혼을 불어넣었다. 성곽 복원에 쓰인 돌들은 옛날 석수들이 사용하던 정과 망치로 쪼고 다듬었다. 문루에 얹은 기와는 흙괭이로 돌이나 풀뿌리 같은 불순물을 골라내면서 발로 반죽해 빚고 와통에 성형한 후, 전통 기왓가마에 넣어 불을 때고 식히는 작업을 몇 번씩 반복했다고 한다. 5년이라는 길고 긴 시간은 우리의 잘못으로 잃어버린 숭례문에 바치는 속죄의 시간이었던 셈이다.

일제 강점기에 서럽게 잘려나갔던 석벽이 돌아온 것도 반가운 일이다. 동쪽으로는 53m, 서쪽으로는 16m밖에 되살리지 못했지만 그것만으로도 그 옛날 북적이던 도성 풍경을 떠올리게 한다.

같은 어리석음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첨단 방재 장치를 부착했다니 조금이나마 마음이 놓인다. 광센서형 열 감지기, 침입 감지기, 첨단 센서가 장착된 스프링클러 등의 최첨단 설비가 그것이다. 130만 화소급 폐회로텔레비전 18대와 관리를 전담할 수 있는 인력도 배치됐다. 숭례문은 전통과 첨단의 두 색조로 채색한 채 다시 우리를 찾은 것이다.

그러나 이 모든 것보다 중요한 건, 문화재를 대하는 우리들의 자세다. 국민 하나하나가 문화재의 중요성을 깨닫고 문화재를 제 몸처럼 아낄 때, 우리는 그토록 소중한 것을 그토록 허망하게 잃어버리는 잘못을 범하지 않을 것이다. 끊임없는 관리와 보수, 재건을 통해 새로운 생명력을 불어넣고 가치를 존속시키는 작업도 빠뜨릴 수 없다.

숭례문은 문화재 복구의 차원을 넘어, 시대적 상징을 은유하고 있다고도 여겨진다. 숭례문은 이명박 정부 탄생 직전 소실됐다가 이명박 정부가 물러난 직후에야 귀환했다. 임진왜란, 병자호란, 6·25 전쟁도 꿋꿋이 버텨왔던 숭례문이지만, 이명박 정부 5년의 참상만은 차마 볼 수 없어 등을 돌렸던 게 아닌가 싶을 정도다. 숭례문이 산뜻하게 새로 시작하듯, 박근혜 정부도 지난 정부 5년 동안 벌어졌던 모든 악폐와 퇴화를 해소하고 참신한 기풍으로 국정을 운영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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