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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잇단 화학사고 겪고도 처벌 강화법 미룰 텐가 |
삼성전자 화성공장에서 석달 만에 또 불산이 누출돼 3명이 부상을 입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번 사고 역시 지난 1월 불산 누출로 작업자 1명이 숨지고 4명이 다친 일이 있었던 반도체 생산라인에서 일어났다고 한다. 화학물질 관리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지 않고선 불과 석달 만에 같은 사업장에서 같은 유형의 사고가 되풀이해서 날 수 없다.
이번 사고는 지난번 불산 누출로 사용이 중지된 불산탱크 대신 새 탱크를 설치하던 과정에서 발생했다고 한다. 기존 배관을 새 탱크에 연결하면서 안에 남아 있던 불산액이 쏟아져 작업자들의 손과 발 등이 불산액에 노출됐다는 것이다. 소량의 불산 누출로 3명이 동시에 피해를 입었다면 배관에 일정한 압력이 가해져 있어 불산이 안개 형태로 분사된 게 아닌가 싶다. 조업을 중단하지 않고 작업을 하다가 사고가 났을 가능성이 있다는 이야기다. 안전불감증이 부른 화가 아닌지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 작업자들은 규정된 보호장구를 착용하지 않고 작업공정도 제대로 지키지 않았으며 신고도 3시간이나 지체했다고 한다. 회사 쪽은 경미한 사고였기 때문이라고 해명하나, 이는 삼성이 지난번 사고에서 아무런 교훈도 얻지 못했음을 보여주는 것이나 다름없다.
화학물질 누출 사고는 우리 기억에서 멀지 않다. 지난해 9월 경북 구미에서 발생한 불산 누출 사고로 막대한 인명피해가 발생하고 농작물과 환경오염 피해 또한 심각했다. 지난 1월에는 경북 상주에서 염산이 누출됐고 지난 3월 청주에서는 염소가스가 누출되는 사고가 있었다.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위험성도 걱정이지만 사고 때마다 은폐·축소 의혹이 제기되는 것은 더 큰 문제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가 여야 합의로 유해화학물질 누출 사고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내용의 유해화학물질관리법 개정안을 통과시킨 것도 이러다간 자칫 돌이킬 수 없는 재앙이 오지 않을까 우려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법안은 법사위에서 새누리당 일부 의원들의 제동으로 처리가 유보된 상태다. 큰 피해를 일으킨 기업에 대해 매출액의 10%까지 과징금을 물리고 사상자가 생길 경우 처벌을 강화하는 내용이 과도하다는 재계의 반발 때문이다.
기업이 내세우는 경영활동 저해라는 명분이 국민의 생명과 안전보다 우선할 수 없다는 것이 이번 사고로 다시금 확인됐다. 화학사고로 인한 피해는 지역 주민과 자연환경에 돌이킬 수 없는 포괄적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강력히 규제해야 한다. 최근 유럽연합 등 선진국도 안전관리 기준을 강화하는 추세라고 한다. 재계도 책임지는 자세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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