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이달 말에 나올 부동산 대책의 윤곽이 잡혀가고 있다. 보유세를 강화하고 투기소득 환수 장치를 보완해 투기 수요를 줄이겠다는 게 뼈대다. 예상했던 방향에서 별반 벗어나지 않는다. 그런데 ‘밥도 채 익기 전에 재뿌리기’가 시작된 듯하다.보수언론들은 벌써 부동산 대책에 딴죽을 걸고 있다. 귀담아들을 대목이 없는 건 아니나, 그보다는 흠집 잡으려는 의도가 짙게 배어 있다. 크게 두 가지다. 조세저항을 부추기고 ‘경제 우선론’을 내세운다. 최근 보수언론의 지면에는 ‘세금 폭탄’이라든지 ‘세금 무서워서 집 팔겠나’는 식의 표현이 부쩍 자주 등장한다. 부동산 대책이 망국적 투기를 잡자는 것인 만큼 부동산 부자들에게 세금이 무거워지는 건 당연한 귀결이다. 이 과정에서 투기할 뜻이 없었던 일부 계층이 유탄을 맞을 수도 있다. 하지만 정책이 모든 형편을 다 감안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이 틈을 파고들어 조세저항을 부추기려는 듯하다.
전가의 보도처럼 쓰이는 경제 우선론 또는 ‘경기론’도 어김없이 나오고 있다. ‘경기 불씨마저 꺼뜨릴라’, ‘투기 때문에 경기를 포기해선 안 된다’는 등의 기사가 그렇다. 경기를 위해 부동산 문제는 당분간 덮어두자는 것인지 안타까울 따름이다. 지속 가능한 경제 성장을 위해선 부동산 가격 안정이 무엇보다 시급한 과제다. 부동산 거품으로 떠받쳐진 경기는 결코 오래가지 못할 뿐더러, 거품이 꺼질 때 엄청난 후유증을 낳는다는 걸 이들도 모를 리 없다.
정치권에서도 대연정이니 엑스파일이니 하며 여야간 앙금이 쌓여가고 있으니 부동산 대책이 잘 매듭지어질지 걱정스럽다. 서울만 놓고 보면 집 없는 가구가 전체의 절반이 넘는다. 무주택자들의 한숨에 먼저 귀기울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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