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5.08.19 21:29
수정 : 2005.08.19 21:30
사설
중국과 러시아의 첫 합동 군사훈련인 ‘평화의 사명 2005’가 그제 시작돼 다음주까지 계속된다. 두 나라의 주력 무기가 대거 동원되고, 참가 병력도 육·해·공군과 특수부대 등 1만명에 이른다. 훈련은 러시아 태평양함대 사령부가 있는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출발한 함대가 한반도를 싸고돌아 서해로 진입한 뒤 중국군과 함께 산둥반도에서 입체적인 상륙작전을 벌이는 식으로 진행된다.
이번 훈련이 겨냥하는 것은 여러 가지다. 우선 대만과 중국 서부 신장·티베트 지역의 독립 움직임을 제어하는 효과를 노린다. 한반도 유사시에 대비하는 목적도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또 미-일 동맹에 맞서는 중-러 군사동맹 구축의 기초를 다져, 아시아 전역에 걸친 패권경쟁의 동력을 확보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미국과 일본이 오랫동안 해온 합동훈련을 중국과 러시아라고 하지 말라는 법은 없다. 실제 미국의 공세적인 대외정책이 중-러 군사협력을 강화시킨 측면이 있다. 역사적으로도 적절한 군사력 균형이 평화의 버팀목 구실을 해온 사례가 적지 않다.
하지만 동북아에서 군사력 강화 위주의 패권 경쟁이 벌어지는 것은 누구에게도 바람직하지 않다. 어느 나라도 압도적인 우위를 차지하지 못한 채 소모적인 힘의 과시에 매달리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잖아도 동북아는 유일하게 냉전의 잔재가 남아 있는 곳이자, 총병력 수가 500만에 가까운 지구촌 최대 병력 밀집 지역이다.
지금 동북아 나라들이 해야 할 일은 군비 경쟁이 아니라 비군사 분야에서 선의의 경쟁을 벌이면서 평화공존 체제를 확립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상대에게 위협으로 비칠 행동은 삼가야 한다. 한국의 주도적 역할은 북한 핵 문제 해결 노력뿐만 아니라 이런 데서도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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