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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3.05.06 13:58 수정 : 2013.05.06 13:58

이른바 ‘탈북 서울시 공무원 간첩 사건’을 둘러싸고 조작 논란이 불거진 데 이어, 이번에는 국가정보원이 이 사건 핵심 증인의 법정 증언을 방해하려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은 어제 성명서를 내어, 국정원과 서울출입국관리사무소 쪽이 피고인 유아무개씨의 변호인에게 전화를 걸어 “피고인의 여동생이 지정된 거소지인 합동신문센터를 무단으로 이탈했으니 돌려보내라”는 취지의 요구를 했다고 밝혔다.

국정원의 이런 요구는 아마도 여동생이 작성한 출국명령서를 근거로 한 ‘적법한 항의’일 것이다. 하지만 여동생이 거소지를 합동신문센터로 적어낸 것은 장기간 구금으로 인해 상황 파악이 되지 않았기 때문으로 보인다. 재판부도 이미 “가고 싶은 곳으로 가라”고 결정을 내린 상태다. 국정원이 서류의 자구에만 매달릴 일은 아닌 걸로 보인다.

이 사건은 지금 국정원과 피고인 사이에서 팽팽하게 주장이 맞서고 있다. 유씨의 여동생은 “국정원의 강요와 회유로 오빠가 간첩이라고 거짓 진술을 했다”고 주장했지만, 국정원은 “전혀 사실이 아니고 감금된 상태도 아니었다”고 항변한다. 국정원은 “다른 탈북자 조사에서도 유씨가 간첩행위를 한 것이 드러났다”고 말하는 데 반해, 변호인 쪽은 “참고인들의 진술은 주관적 추측이나 전언의 전언에 불과하다”고 일축하고 있다.

우리 형사소송법은 당사자주의 원칙을 채택하고 있다. 수사기관과 피고인 양쪽이 모든 증거와 사실과 주장을 판사 앞에서 무제한 제시하고 주장할 때, 진실은 자연스레 드러난다고 보는 것이다. 공격과 수비가 평등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양쪽의 무기가 대등해야 한다는 원칙도 있다.

이 사건 또한 무엇이 진실인지를 밝히기 위해서는 양쪽 당사자에게 균형 잡힌 공수 기회를 줄 필요가 있다. 특히 사실상 유일한 증인이라고 할 수 있는 여동생의 자유의사가 중요하다. 국정원의 강요와 회유를 받았다는 합동신문센터로 여동생이 돌아가는 건 현저하게 공정성을 깨뜨리는 일이다.

재판은 오늘 4차 공판준비 기일이 열리는 등 신속하게 진행되는 분위기다. 유씨의 여동생은 재판에서 증언을 한 뒤에는 곧바로 중국으로 출국할 예정이라고 한다. 국정원이 여동생의 신변에 지나치게 관여할 경우 괜한 오해만 살 수 있는 상황인 것이다. 국정원은 박근혜 정부에서 일부 조직을 쇄신하고 정치 성향 인사들에 대한 물갈이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한다. 새롭게 출범한 국정원으로서는 간첩을 적발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공신력 있는 수사기관으로 거듭 태어나는 게 더 의미 있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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