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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서상기 정보위원장의 ‘몽니’, 한심하다 |
서상기 국회 정보위원장이 자신이 발의한 국가사이버위기관리법을 야당이 정보위 상정에 동의해주지 않는다며 47일째 정보위를 열지 않고 있다고 한다. 북핵 위기, 개성공단 잠정 중단, 국가정보원 직원 댓글 사건 등 굵직굵직한 현안이 잇따르는데도 정보위원장이 상임위 문을 걸어잠그고 있다니 한심하기 짝이 없다. 나랏일을 다루는 국회에서 아이들 투정하듯 고집을 부리고 있으니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모를 지경이다.
서 위원장이 지난달 9일 발의한 사이버위기관리법안은 사이버테러 발생 시 국가정보원이 컨트롤타워를 맡아 민관을 아우르며 전반적인 상황을 통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기존에 방송통신위원회가 맡았던 민간 부문 관할권까지 국정원으로 넘김으로써 ‘빅브러더’ 논란을 불러있으켰다.
서 위원장은 민주당이 법안 상정에 동의하지 않는다며 3월20일 남재준 국정원장 후보자 인사청문회 이후 정보위 소집을 거부하고 있다. 서 위원장은 “내 법안을 상정해주지 않는 한 6월이든 8월이든 9월이든 정보위를 절대 열지 않겠다. 발목을 잡는 야당이 잘못인지, 상임위를 안 여는 위원장이 잘못인지 국민에게 심판을 받으려면 이슈화가 돼야 한다”고 오히려 큰소리를 쳤다.
서 위원장의 상임위 봉쇄 행위는 직권남용이자 직무유기에 해당한다. 이유야 어찌됐든 자신의 법안을 상정해주지 않는다며 상임위원장이 상임위를 안 여는 것은 교각살우의 우를 범하는 꼴이다. 서 위원장은 정보위를 열면 야당이 국정원 댓글 사건으로 호재를 삼을 것이라며 자신의 법안과 상임위 소집을 연계하겠다고 했는데 이른바 ‘알박기식’ 버티기가 연상된다. 국정의 우선순위를 자신의 주관적 잣대로 재단해 권한을 남용하고 있는 것이다.
서 위원장이 제출한 법안 자체의 문제점도 심각하다. 이 법안은 2008년 공성진 당시 한나라당 의원이 발의한 법안과 내용이 거의 동일하다. 712자 분량의 ‘제안 이유’는 토씨 하나 바뀌지 않았다. 당시 이 법은 ‘사이버국가보안법’이라는 비판 속에 대표적 악법으로 꼽히며 폐기됐다. 국정원을 감시하고 견제해야 할 정보위원장이 국정원을 강화하는 법안에 총대를 메고 나선 것도 볼썽사납다.
서 위원장이 상임위를 안 열고 버티면서 국민에게 심판을 받겠다고 했는데, 무슨 이유에서든 상임위원장이 상임위를 틀어막고 있는 것은 국민적 공분의 대상이다. 그렇게 법안 상정을 관철하고 싶으면 야당과 잘 협의해 운영의 묘를 살리면 된다. 다른 무엇보다 상임위를 열어 국회 본연의 업무를 충실히 하는 게 우선이다. 서 위원장은 하루빨리 정보위를 정상화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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