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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턱없이 미흡한 시설아동 급식비 500원 인상 |
전국 시설아동 1만6000여명의 한 끼 식사비가 7월부터 기존 1520원에서 549원 올라 2069원이 된다. 그젯밤 국회가 통과시킨 추가경정예산안에 들어 있는 내용이다. 시설아동이란 부모가 없거나, 부모가 피치 못할 사정으로 시설에 맡긴 어린이들이다.
식비는 요 몇 해 1년 인상분이 적으면 34원, 많으면 100원이었다. 500원 넘게 오른 것은 분명 손뼉을 칠 일이다. 하지만 한 끼에 2069원은 여전히 너무 초라하다. 요즘은 김밥 한 줄도 보통 2000원이다. 아동복지법이 정하고 있는 적정 급식비가 3500원, 학교급식법이 정하고 있는 급식단가가 초등학교 3300원, 중학교 3500원이다. 시설아동들에게 먹고 싶은 음식을 물으니 회·갈비·뷔페 같은 화려한 음식이 아니라, 라면·김밥 같은 소박한 음식이었다는 조사결과가 있다. 시설아동들의 빈약한 식판 탓일 게다.
이러니 아이들의 영양 상태가 말이 아니다. 아름다운재단 등이 최근 실시한 연구결과를 보면, 시설아동의 키는 또래보다 최대 13㎝ 작고, 몸무게는 13㎏까지 적게 나타났다. 이 정도면 남북한 아이들의 발육상태 격차보다도 더 크다. 휴전선은 남북 사이에만 있는 게 아니라, 시설아동과 일반아동 사이에도 가로놓여 있는 셈이다.
시설의 아이들은 이미 출생 때부터 이혼, 학대, 방임, 유기 과정을 온몸으로 겪으면서 정서적으로 큰 타격을 받았다. 이런 아이들이 정상적으로 사회에 나가 건강한 사회구성원이 되려면 국가가 부모 역할을 해야 한다. 그 가운데 가장 중요하고 시급한 게 먹는 문제다. 경제 논리로 따져봐도 그렇다. 시설아동 한 명이 영양 부실 등으로 자립에 성공하지 못할 경우, 30살에 국민기초수급자가 돼 평균 수명 77살까지 생존한다면 47년 동안 모두 2억6400만원을 정부가 지원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사실 급식비는 많은 예산이 드는 것도 아니다. 3500원짜리 밥을 먹이려면 1년에 300억원이 더 든다고 한다. 그런데 군 당국이 최근 들여오기로 한 아파치 헬기 36대 가격이 1조8000억원이다. 한 대에 500억원꼴이다. 몇 해 전 이상득 의원의 목장 값을 뛰게 만들어 특혜 논란이 일었던 남이천 인터체인지 건설 비용이 딱 300억원이다.
이제 숙제는 내년 예산으로 넘어갔다. 국회와 정부는 시설아동들도 다른 아동들과 똑같이 먹을 권리가 있는 소중한 인격체로 존중하고 있음을 내년 예산을 통해 증명해야 한다. 그 이전에 정부는 시설들의 식자재 공동구매나 채소·과일 등을 산지에서 직접 지원하는 프로그램 등을 검토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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