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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3.05.09 19:01 수정 : 2013.05.09 19:42

171일 동안 송전용 철탑에서 고공농성을 하던 금속노조 쌍용차지부 한상균 전 지부장과 복기성 비정규직지회 수석부지회장이 어제 농성을 중단하고 땅 위로 내려왔다. 건강이 크게 악화돼 농성을 이어갈 수 없었다고 한다.

하지만 이들의 고통은 몸만이 아니었을 것이다. 15만4000볼트의 고압 전류가 흐르는 송전탑 위에서, 가을에 시작해 한겨울을 거쳐 봄마저 다 지나갔지만, 자신들의 목소리에 제대로 귀기울여주지 않는 우리 사회의 냉정함…. 그로 인한 고립감이 뼛속까지 파고들었을 것이다. 이들의 요구는 국정조사와 해고자 복직 등이었지만, 정치권은 자신들이 약속한 국정조사조차 외면했다.

쌍용차 국정조사는 지난 대선 때 새누리당이 한 약속이었다. 황우여 당 대표와 김무성 대선캠프 총괄본부장이 결정한 사항이다. 그러나 대선이 끝나자 ‘나 몰라라’ 하고 손을 놓아버렸다. 민주당은 의지가 없었다. 지난 2월 임시국회 소집을 앞두고 새누리당이 국정조사를 거부하자 ‘여야 6인 협의체’로 이 문제를 넘겨버렸다. 현실적 어려움이 있었겠지만, 당시 박근혜 정부 출범을 앞두고 정부조직법 개정안 처리, 인사청문회 등의 ‘고리’가 있었던 만큼 좀더 치열하게 대응했어야 했다.

여야 의원 6명이 참여하는 이 협의체는 현재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곤 하지만, 진전되는 내용은 전혀 없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활동시한이 5월말이니, 시간마저 촉박하다. 이런 상황에서 이 문제를 풀 주체는 민주당의 새 지도부밖에 없다. 특히 김한길 대표는 ‘영혼 빼고는 다 버려야 한다’고 한 만큼, 무기력한 민주당의 모습을 벗어던지고 서민들의 눈물을 닦아주는 정당으로 거듭나게 해야 한다. 곧 열릴 6월 임시국회 안건으로 쌍용차 국정조사 실시를 적극적으로 요구하고 나서야 할 것이다. 정부와 여당의 태도를 봐가며 그에 합당한 대응책도 모색해야 한다.

대신 국정조사의 방식이나 내용은 얼마든지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다고 본다. 노동계 쪽에서는 “쌍용차 문제를 야기한 기술유출, 회계조작, 먹튀자본 유치 등의 의혹을 명백히 밝혀야 한다”고 하지만, 처음부터 그렇게까지 규정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새누리당이 말하는 “회사를 살리고 경영 정상화를 더 북돋워줄 수 있는 국정조사”도 얼마든지 수용할 수 있을 것이다.

민주당은 이런 담판 과정에서 쌍용차뿐만 아니라, 현재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다른 사업장 문제도 함께 일괄처리할 필요가 있다. 쌍용차에선 중단됐지만, 오늘로 현대차에선 209일째, 재능교육에선 98일째 철탑농성이 이어지고 있다.

[관련 영상] ‘탑새’가 된 사람들…고공생태보고서(한겨레캐스트#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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