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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더 이상 ‘마히아’는 없어야 한다 |
어제 <한겨레>에 보도된 여덟 살 마히아의 사연은 우리 가슴 한쪽을 무겁게 짓누른다. 그 부모는 방글라데시 출신의 불법체류자다. 하지만 2005년 서울 망우리에서 태어나 경기 마석초등학교 녹촌분교 2학년까지 다닌 마히아는 ‘한국 아이’나 마찬가지다. 피부색은 검었으나 방글라데시 말도 모르고 자신이 방글라데시 사람이라고 생각해본 적도 없었다고 한다. 하루하루를 불안하게 살던 아빠는 결국 지난 8일 오후 엄마 동생과 함께 마히아를 방글라데시행 비행기에 태워 보냈다.
마히아가 방글라데시 사회에 잘 적응할지는 알 수 없다. 2008년 불법체류자였던 부모와 함께 돌아갔던 세 살짜리 파티마는 방글라데시 법원이 “한국서 낳은 딸은 한국인”이라며 국적을 인정해주지 않았다고 한다. 마히아의 아빠는 딸에게 같은 일이 생기지 않을까 불안 속에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현행법으론 부모가 불법체류자 신분인 마히아가 정상적인 한국 아이로 생활할 수 있게 보장하기가 어렵다. 그러나 한국에서 태어나 8년을 한국말과 글을 배우며 사실상 한국 아이로 자랐다면, 한국에서 살고 싶다는 가족과 본인의 희망을 우리 사회가 외면하는 건 너무 비인도적인 게 아닐까. 서유럽이나 미주 사회에 사는 우리 동포들이 현지에서 피부색이나 불안한 신분 등으로 차별받는 사례가 소개될 때마다 흥분하면서도, 우리 곁의 이주노동자들에 대해선 제대로 역지사지의 태도를 갖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비슷한 이주노동자 문제가 터질 때마다 우리는 잠시 관심을 두었다가 이내 잊어버리곤 한다.
마히아의 사례는 다시 한번 우리에게 깊은 생각거리를 던져주고 있다. 특히 어린이의 경우, 각별한 보호가 필요하다는 건 두말할 필요가 없다. 1991년 우리가 가입한 유엔아동권리협약은 제7조에서 아동은 출생 즉시 등록되고 이름과 국적을 가져야 하며, 국적 없는 아동은 더욱 특별한 보장을 받아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경기 마석의 살롬의 집을 비롯해 여러 곳에서 국적 없는 아이들이 마히아처럼 불안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고 한다.
우리가 경제 규모에 걸맞은 인권과 민주주의 수준을 갖추고, 국제사회의 당당한 일원으로 대우받으려면 제2의 마히아가 생겨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마침 박영선 민주당 의원 등이 유엔아동권리협약의 정신을 반영해 이주아동권리보장기본법 발의를 추진하고 있다고 한다. 한국 거주 기간 5년이 넘는 이주아동에게 국내 체류 자격을 주는 것 등을 뼈대로 하고 있다. 국외의 우리 동포를 생각해서라도 정치권과 정부가 이 문제에 각별한 관심을 갖기를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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