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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강정마을 언제까지 밀어붙이기만 할 건가 |
제주 강정마을 해군기지 공사장에서 또 주민과 경찰의 충돌사태가 발생했다. 서귀포시가 지난 10일 해군기지 공사장 앞에 강정마을회 등이 쳐놓은 천막을 강제 철거하려다 항의하는 주민과 경찰이 충돌해 주민 김아무개씨가 중상을 입는 등 부상자까지 나왔다고 한다. 수년째 주민과 경찰 충돌의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는 건 안타까운 일이다. 천막이 공사를 직접 방해하는 것도 아닌데 굳이 물리력을 행사해 의사표시까지 원천봉쇄하려는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
강정마을회와 제주군사기지 저지 범도민대책위는 지난해 11월 ‘불법공사’ 저지와 해양오염 감시 등을 위해 천막을 설치했으나 서귀포시는 도로 무단점용물이라며 세 차례 철거 계고장을 보냈다. 그러나 주민들은 국회가 지난해 연말 예산을 통과시키면서 부대조건으로 명시한 ‘70일 내 검증’ 절차가 이뤄지기도 전에 공사가 강행됐고, 검증 결과도 신뢰하기 힘들다며 반발해왔다.
결국 서귀포시는 경찰 770여명이 지원하는 가운데 공무원 100여명을 동원해 천막을 철거하고 그 자리에 꽃밭을 꾸미는 강수를 두었다. 지난달 쌍용차 해고자 등의 대한문 앞 농성천막을 철거하고 화단을 설치한 것을 연상시킨다. 대화와 타협보다 물리력을 앞세운 정부의 불통을 상징하는 흉물이 서울뿐 아니라 제주도에까지 등장한 셈이다.
그러나 제주 해군기지는 애초부터 주민 의견수렴을 제대로 하지 않고 강행해 불씨를 만든 정부의 책임이 크다. 이제라도 밀어붙이기보다 주민과 대화하고 타협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이미 여러 차례 구속된 강동균 강정마을 회장을 다시 구속하려는 시도는 저항의 악순환을 부를 뿐이다. 오히려 갈등을 유발한 정부의 책임이 큰 만큼 그동안 사법처리된 마을주민 등에 대한 사면 등 선처가 있어야 한다. 박근혜 정부 들어 장관 한 사람이라도 내려와 주민이나 천주교 등과 소통하려는 의례적 움직임조차 없었다고 한다. 민군복합항 약속을 지키겠다는 다짐이나 주민들을 위무하고 지원하겠다는 등의 최소한의 노력도 없었다니 해도 너무했다. 정부 태도가 그러니 제주도와 경찰도 강공 일변도로 나가는 것이다. 박근혜 정부의 각성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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