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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공정위, 경제민주화 입법 끝까지 관철시켜야 |
노대래 공정거래위원장이 앞으로 불공정거래 사건에 대해서는 솜방망이 처벌이란 지적을 받지 않도록 엄정히 제재하겠다고 말했다. 노 위원장은 또 어제 기자간담회에서 내달 임시국회가 경제민주화 입법의 마지노선이라며 제도적 기반을 다지는 데도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남양유업 사태로 공정위에 대한 기대가 그 어느 때보다 높다. 실망도 크지만 분노한 을이 기댈 곳은 그래도 공정위밖에 없기 때문이다. 공정위는 불공정거래에 철퇴를 가하고, 경제민주화 입법을 주도해 관철시켜야 한다.
남양유업 피해 대리점주들은 본사의 강제판매 행위 등을 검찰에 고발하기 전에 공정위를 먼저 찾았다. 하지만 공정위는 ‘증거자료를 내놓아라, 조사에 1년이 걸릴 수도 있다’는 소극적인 태도를 보였다고 한다. 남양유업 외에도 최근 1년여 사이에 신고된 유사한 불공정거래 사건에 대해 공정위가 보인 태도는 비슷했다고 한다. 남양유업의 강제판매 행위는 2006년에도 공정위에 제소된 적이 있지만 가장 가벼운 시정명령을 받는 데 그쳤다. 공정위는 귀를 닫고 손을 놓고 있다가 이 문제가 확산되자 부랴부랴 조사에 착수한 것이다. 불공정거래 조사를 여러 분야로 확대하고 있는데 일과성에 그쳐서는 안 된다.
공정위는 본사와 대리점의 관계에서 본사의 악의성, 고의성을 입증하는 데 어려움이 있으며 법원에 가서 패소한 적도 있다고 주장한다. 대리점은 대기업의 판매영업조직이어서 가맹사업법이나 중소기업을 보호하기 위한 공정거래법의 도움을 받지 못하는 측면이 있다는 것이다. 바로 공정위의 이런 소극적 자세가 문제다. 법규가 미비하면 대리점이나 영세사업자의 호소를 받아들일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해야 하지, 이를 게을리하고 법 타령을 한 것은 직무유기에 가깝다.
남양유업 본사가 겉으로는 대리점주들과의 상생을 선언하고도 뒤로는 여전히 피해 대리점주들에게 압박성 전화를 걸어 갑의 횡포를 계속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노 위원장은 적극적 의지를 내보이면서도 공정위는 법을 집행하는 곳으로 법이 없으면 일을 못한다고 한다. 공정거래법의 세부기준 마련뿐만 아니라 경제민주화 입법이 이뤄지도록 적극 나설 책무가 공정위에 있다.
과거 공정거래법을 강화하려 할 때마다 재계는 물론 정부 부처까지 가세해 시장경제 원리에 어긋난다며 공정위 때리기에 나서 번번이 좌절된 경험이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재벌의 소유구조에 손을 대지 않지만 대기업의 사익추구나 불공정거래 행위를 엄격하게 규제하겠다고 한 만큼 공정위에 힘을 실어 반드시 약속을 지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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