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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3.05.15 09:50 수정 : 2013.05.15 09:50

1988년 5월15일 세계사에 유례가 없는 국민주 신문의 첫 역사를 연 <한겨레>가 오늘로 꼭 사반세기를 맞았다. 열악한 자본구조와 정치·경제 권력의 유무형의 탄압 등 혹독한 어려움 속에서도 한겨레가 25년의 역사를 쌓아올리며 가장 신뢰받는 언론으로 우뚝 선 것은 6만여 주주와 독자 그리고 국민 여러분의 뜨거운 성원과 지지 덕분이다. 다시 한번 과분한 사랑과 성원에 감사드리며 앞으로도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온 힘을 다할 것을 다짐한다.

25년 전 한겨레를 만들어주신 국민들의 요구는 간명했다. 독재권력과 결탁해 사익을 챙기고 가진자의 이익에 봉사하기 위해 국민의 눈과 귀를 가려온 기존 언론과 달리 오로지 다수 국민의 편에서 진실을 추구하는 언론이 돼 달라는 것이었다. 지난 세월 우리는 이 요구에 답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왔다. 국민 다수가 존중받는 사회로 가기 위한 바탕을 민주주의, 민중 생존권 확보, 민족통일이란 창간정신으로 정리하고, 그를 실천하기 위해 자본과 권력으로부터 독립한 자유언론의 길을 걸어왔다.

우리에겐 보도의 금기도 성역도 존재하지 않았다. 권력의 비리에 대한 추상같은 추궁 앞에 대통령의 아들도 재벌 총수도 비켜갈 수 없었다. 분단체제를 빌미로 강고하게 유지돼온 이념적 편견을 바로잡고 민족의 화해와 통일을 앞당기고자 애썼다. 사회적 약자를 대변하며 그들의 눈물을 닦아주는 일도 우리의 몫이었다. 우리의 이런 노력은 국민 대중의 지지를 받았지만, 정치권력과 자본권력의 탄압을 불러오기도 했다. 그러나 우리는 결코 굴복하지 않았다. 우리 사회가 지금만큼의 발전을 이룩할 수 있었던 데는 이렇게 싸워온 한겨레의 공로도 적지 않았다고 감히 자부한다.

하지만 우리의 성취는 취약하다. 우리가 달성했다고 믿었던 민주주의를 이명박 정권이 얼마나 쉽게 유린하는지 확인했다. 두 차례 정상회담을 할 정도로 한때 가까워졌던 남북관계도 지금은 전쟁 가능성까지 걱정해야 하는 상황으로 후퇴했다. 외환위기 이후 사회·경제적 격차의 급속한 확대로 고루 잘사는 사회에 대한 꿈은 더더욱 멀어졌다. 언론환경도 저급 상업 언론인 종편의 등장과 권력의 언론 장악 기도 등으로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자본의 지배는 25년 전보다 오히려 더 강고해졌고, 사회의 분절화는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이것이 새로운 사반세기의 시작점에 선 우리가 감당하고 극복해야 할 현실이다. 현실이 이렇게 후퇴하고 악화한 데는 우리의 책임도 없지 않다. 시대의 변화에 맞춰 창간정신을 벼리고 다듬는 데 소홀해, 외환위기 이후 급속하게 진행된 우리 사회의 신자유주의적 전환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 진보진영을 위시한 우리 사회의 다양한 부분과 의견을 나누고 소통하는 일도 충분했다고는 할 수 없다. 때론 생존 그 자체에 급급하기도 했고, 쓸데없이 붙은 군살로 굼떠져 민초들의 삶의 현장을 소홀히 한 적도 없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은 지난 세월의 공과에 대한 냉정한 평가를 바탕으로 다시 새로운 도정에 나서야 할 때다. 민주주의, 민중 생존권 보장, 민족의 화해와 통일은 아직도 우리의 여전한 과제로 남아 있다. 여기에 더해 고삐 풀린 자본의 탐욕을 억제하고, 전지구화한 세계와 더불어 살아야 하는 새로운 과제가 우리 앞에 놓여 있다. 기존의 과제와 새로운 과제를 함께 풀기 위해서는 경제민주화를 포괄하는 민주주의의 심화와, 민족과 국가 내부는 물론 그 울타리를 넘어서까지 화해하고 공존할 수 있는 평화와 상생의 정신이 필요하다. 그것만이 국민 대다수를 불행의 늪에 빠뜨린 승자독식사회가 뿜어내는 독을 해독하고 더불어 사는 공동체를 복원할 수 있는 길인 까닭이다.

하지만 평화와 상생의 시대는 혼자의 힘만으론 열 수 없다. 상대를 인정하고 소통하지 않고서는 불가능한 일이다. 이제 한겨레는 우리 사회를 단절시켜온 경계 너머에도 손을 내밀 것이다. 그리하여 경계 안팎의 모든 사람들과 함께 평화와 상생의 시대로 가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고 성찰하는 성숙한 언론의 길을 걸을 것이다. 한겨레가 여는 평화와 상생의 새 시대에 국민 여러분도 기꺼이 동참해주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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