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13.05.15 19:17 수정 : 2013.05.15 19:17

남양유업 파문에 이어 밀어내기 압박에 시달린 주류업체 대리점주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엊그제 인천에서는 배상면주가의 대리점주가 본사 제품 강매와 빚 독촉을 원망하는 유서를 남기고 자살했다고 한다. 얼마나 벼랑 끝에 내몰렸으면 자신의 일터에서 생을 마감하는 자영업자가 속출할까 먹먹할 뿐이다. 본사는 밀어내기 횡포가 없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동료들의 얘기와 정황으로 미루어 잘 안 팔리는 주류를 떠안고는 유통기한이 지나도 반품 처리를 해주지 않아 큰 고통을 겪은 게 틀림없다.

밀어내기는 유통기한이 짧고 신제품 출시가 많은 식품업체가 유독 심한 편이지만 다른 업종에도 만연해 있다. 화장품업계도 본사가 대리점에 매출을 압박하고 밀어내기를 일삼아 그나마 형편이 좀 낫다는 백화점 화장품 판매사원들이 처우 개선을 외치며 거리로 나서기도 했다. 점주가 주문하지도 않은 물량을 막무가내로 점포에 보낸 뒤 대금을 청구하는 경우가 흔하며, 항의하면 가맹계약을 해지하겠다고 으름장 놓기 일쑤라고 한다. 자동차나 타이어 대리점도 예외가 아니어서 한국지엠 판매대리점들은 강제할당된 물량을 팔지 못하면 보조금을 삭감하고 수수료를 축소하는 본사의 방침에 항의하고 나섰다.

을의 분노가 봇물처럼 터져나오고 소비자들도 가세하고 있지만 정작 상황은 별로 나아진 게 없어 더욱 답답하다. 남양유업 본사가 사과를 했지만 피해 대리점주 모임에 참석하려는 대리점주들에게 불참 압력을 가하는 등 갑의 횡포를 계속하고 있다고 한다. 대리점에 밀어내기 한 물량을 반품받거나 보상할 계획도 없다니 진정성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 남양유업은 대리점주들이 주문한 물품 증거자료를 안 남기기 위해 전산프로그램을 조작했다는 의혹까지 받고 있다. 다른 업계에서도 대리점이 불공정거래를 신고하면 불이익을 주겠다며 협박한다는 얘기가 심심찮게 들린다. 머리 숙이는 시늉만 하고 소나기를 피하고 보자는 심산이라면 대리점주를 두 번 죽이고 소비자를 우롱하는 격이다.

공정위는 조사를 확대하고 신고센터를 크게 늘려 적극적으로 대처해야 한다. 약탈이나 다름없는 횡포가 버젓이 자행되고 있는데도 현실적 제약 때문에 제재와 조처를 제대로 하지 못해서는 안 될 일이다. 갑의 횡포는 공정거래법의 관련 법규가 지나치게 포괄적이고 처벌이나 제재 수단이 부족한 토양에서 깊이 뿌리를 내렸다. 다행히 정치권에서 구입 강제나 판매 목표 등에 대해서는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도입하자는 ‘남양유업법’이 논의되고 있는데, 다음달 임시국회에서 반드시 법을 만들어 만연한 불공정거래를 바로잡아야 한다.

광고

브랜드 링크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