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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3.05.16 19:00 수정 : 2013.05.16 19:00

개성공단 문제를 둘러싸고 남북 당국이 기싸움을 벌이는 가운데 박근혜 대통령이 대북 강경 발언을 이어가고 있다. 갈등과 대치 국면이 바뀌기는커녕 사태가 더 악화할 수도 있는 상황이다.

통일부가 지난 14일 내놓은 남북 당국 간 실무회담 제안을 북쪽이 다음날 ‘교활한 술책’이라고 비난한 것은 유감스럽다. 북쪽은 이번에도 한-미 군사훈련 등 대북 적대행위를 거론하며 ‘개성공단의 전망과 남북관계 향방은 남쪽 당국의 태도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북쪽이 여전히 개성공단 문제를 다른 군사·정치적 사안과 연관시키는 것은 잘못이다. 북쪽이 언급한 군사훈련도 한-미 동맹이 유지되는 한 있을 수 있는 내용이다. 개성공단 문제를 대남·대미 공세의 도구로 삼을 게 아니라 정상적인 공단 운영을 발판으로 다른 사안에 접근하는 것이 북쪽으로서도 현실적이다.

우리 정부의 태도에도 문제가 많다. 박 대통령이 개성공단에 남아 있는 완제품과 원·부자재의 반출을 논의하기 위한 회담 제안을 공개적으로 지시한 것은 느닷없다. 이 정도의 사안은 담당 부서가 실무 접촉 등을 통해 풀어나가는 것이 자연스럽다. 게다가 남북 관계의 큰 흐름을 잡아가려는 전략적인 고려가 보이지 않는다. 박 대통령이 공식 회담 제안을 통해 현재 완전히 끊긴 남북 통신선의 부활을 기대했다면 전체적인 국면을 바꾸기 위한 구상이 먼저 있어야 한다.

대신 박 대통령은 그제 언론사 정치부장단 만찬에서 ‘다시는 이런 일(개성공단 폐쇄)이 벌어지지 않을 확고한 틀이 만들어지기 전에는 적당히 공단을 여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했다. 그리고 새로운 대북 제안의 무용성을 주장하며 북쪽의 변화를 촉구했다. 이런 태도는 북쪽의 선핵포기를 요구했던 이전 정부의 정책 기조와 다를 바가 없다. 박 대통령은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라는 정책을 내세우고 있지만 신뢰를 쌓아가는 방법과 관련해서는 북쪽의 변화만을 말한다. 그 방법을 놓고 정부 안에서 누가 책임 있게 고민하는지도 분명하지 않다. 그러다 보니 대북 정책의 청사진은 보이지 않고 그때그때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따라 갑작스럽게 행동이 취해지는 일이 되풀이된다. 이런 식으로는 얽히고설킨 남북 관계의 매듭을 풀어갈 수 없다.

북쪽의 언행이 거칠고 비합리적인 점이 적지 않다고 하더라도 북쪽 변화만을 요구해서는 해법이 나오지 않는다. 그것까지 고려해 공생의 길을 찾아나가야 하는 게 제대로 된 대북 정책이다. 지금 그 길을 찾지 못하면 앞으로 더 어려워질 수 있다. ‘북쪽 버릇을 고쳐주겠다’는 태도만으로는 신뢰가 생기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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