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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3.05.17 18:59 수정 : 2013.05.17 18:59

박근혜 대통령이 그제 첫 재정전략회의를 주재하고 공약 실천을 강조했다. 17개 부처 장관이 모두 참석해 나라살림 운영에 대한 대강을 논의하고 제시하는 자리였다. 박 대통령은 ‘공약 가계부’가 5년 뒤 이 정부의 성적표가 될 것이라며 빈틈없는 로드맵 마련을 지시했다.

경기 침체로 복지공약의 우선순위를 따져봐야 한다는 속도조절론이 고개를 내미는 상황에서 박 대통령이 공약은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고 쐐기를 박은 것은 의미가 있다. 박 대통령은 이를 위해 각 부처가 과감한 세출 구조조정에 나설 것을 지시했다. 박 대통령 말대로 재정투자의 중점을 경제인프라에서 사회인프라로, 물적 시설 투자 중심에서 사람에 대한 투자로 과감히 전환해야 할 시점이다. 박 대통령은 또 임기 내 균형 재정 달성을 목표로 삼고 국가채무는 국내총생산 대비 30%대 중반 이내로 관리하겠다고 밝혔다. 국가채무는 지난해 말 기준 445조2000억원으로 국내총생산 대비 34.8%다.

복지공약을 이행하고 재정건전성을 유지하겠다는 데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문제는 실현 가능성이다. 정부는 대선 때 내놓은 기초연금, 4대 중증질환 보장 등의 공약 실천에 135조원의 돈이 필요한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 가운데 82조원은 세출 구조조정을 통해 마련하고, 53조원은 세입을 늘려 충당하겠다고 한다.

세출 구조조정이란 게 말처럼 쉽지가 않다. 각 부처의 세출예산은 이미 국회의 동의로 확정된 것인데다 대부분 경직적이어서 임의로 줄이기 어렵다. 당장 사회간접자본 투자를 급격하게 줄이면 경기가 지나치게 위축될 수 있다는 지방의 반발이 만만치 않다. 그제 기획재정부가 내놓은 재원 확보 방안도 두루뭉술한 수준에 머물고 있다. 유사 중복사업의 통폐합, 정부-민간 부문의 역할 조정 등으로 다음달 재정전략회의에서 구체화하겠다는 정도다.

경기 침체로 세금이 덜 걷혀 세입 또한 구멍이 날 가능성이 높다. 비과세·감면을 줄이거나 없애고 지하경제를 양성화하는 방안은 역대 정부도 늘 입에 올렸지만 결과는 신통치 않았다. 수혜자들의 저항과 정치권의 반대가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지하경제 양성화 등을 통해 내년에 세금 6조원을 걷어야 하는데 실무 공무원조차 회의적이다.

재정전략의 원론은 맞지만 각론으로 들어가면 그림이 흐릿하다. 지금 실정으로는 세입은 줄고 세출은 더 늘어날 가능성이 다분하다. 그렇게 되면 공약 가계부는 분식회계라는 지적을 면할 수 없을 것이다. 다음달 재정전략회의에서는 좀더 분명하고 구체적인 재원 계획을 제시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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