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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저열한 5·18 정신 훼손 철저히 수사해야 |
올해 33돌을 맞은 5·18 민주화운동이 유례없는 수난을 겪고 있다. 정부는 민주화운동의 상징인 ‘임을 위한 행진곡’에 공식 기념곡에 준하는 지위를 부여하지 않기로 결정했고, 조선·동아의 종편채널 텔레비전은 근거도 없이 “5·18은 북한군이 개입해 일으킨 폭동”이라고 주장했다. 이런 폄훼는 온라인, 출판 시장으로까지 확산되고 있다.
핵심은 조선·동아의 종편이다. ‘장성민의 시사탱크’와 ‘김광현의 탕탕평평’ 프로그램에는 전 북한 특수부대 출신 탈북자라는 남성들이 출연해 5·18 북한군 개입설을 적극적으로 제기하고 나섰다.
북한 소행입네, 간첩이 개입했네 하는 얘기는 1980년 당시 계엄사령부에서 발표한 내용이었으나, 이미 신군부 스스로 잘못된 내용이라고 사과하고 끝난 사실들이다. 역사적으로나 학술적으로나 다 정리가 된 내용인 것이다. 그런데 이제 와서 입에 담기조차 부끄러운 소문들을 다시 꺼내는 건 광주시민뿐만 아니라 민주주의 자체를 모욕하는 짓이다. 이들의 거짓된 주장에 일일이 콩이네 팥이네 대응하는 건 오히려 이들의 노림수에 말려드는 꼴이라 대응할 가치를 느끼지 않는다.
다만 5·18 단체들이 법적 대응을 한다니, 검찰·국방부 등 정부의 유관기관이 철저한 진상규명에 나서야 할 것이다. 특히 <채널에이>에 나온 탈북자는 신병을 확보해 그의 행적을 구체적으로 밝혀야 할 것이다. 다른 사람들은 다들 “북한에서는 그렇게 알고 있다”는 정도지만, 이 사람만은 스스로 1980년 5·18 민주화운동 현장에 있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북한군 개입설의 진위를 빠르고 확실하게 밝힐 수 있는 증인인 것이다. 그는 몇년 전 정보당국 관계자까지 만났다고 하니 신원을 밝히는 게 어렵지 않을 것이다.
법적 책임은 이들의 주장을 여과없이 보도한 종편이 더 크다. 사실 이 비슷한 주장들은 과거 탈북자들이 몇차례 한 얘기다. 그래도 우리 사회가 그 정도는 걸러 들을 수 있는 수준이 됐기에 큰 파장 없이 사라져갔다. 그런데 이번 경우는 이른바 한국의 유력 보수언론들이 받아서 확대해줬다는 데 심각성이 있다. 일반 시민들의 판단을 흐리게 한 것이다. 누적된 적자에 시달리는 종편들이 시청자들의 눈과 귀를 끌어들이려고 안간힘을 쓰다보니 자극적인 소재를 찾게 됐다고 이해하기에는 나가도 너무 나갔다. 특히 <티브이조선>의 진행자 장성민씨는 김대중 대통령 비서 출신으로 민주당 국회의원까지 한 사람인데, 이런 저열한 거짓 선동에 앞장을 선 만큼 응분의 법적·정치적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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