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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북-일 대화 비난 말고 국면 전환을 |
우리 정부가 북한 쪽과 대화에 나선 일본 정부를 공개적으로 비판한 것은 문제가 있다. 북한이 정부의 대화 제의에 응하지 않는다고 비난해온 이제까지 태도와도 걸맞지 않다. 정부는 오히려 한반도 현안을 두고 관련국들이 좀더 적극적으로 대화할 수 있도록 국면 전환에 앞장설 필요가 있다.
지난 14일 평양에 도착한 이지마 이사오 일본 내각관방 참여(고문)는 북한의 김영일 노동당 국제담당 비서와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을 잇따라 만났다. 이지마 참여가 사실상 아베 신조 총리의 특사로 보이는 점을 고려하면 상당히 깊숙한 얘기가 오갔을 듯하다. 양쪽 처지도 대화 분위기를 뒷받침한다. 아베 총리는 오는 7월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피랍 일본인 문제에서 돌파구를 만들려고 하며, 북쪽은 일본과의 대화를 통해 대북 제재의 균열을 꾀한다. 하지만 한두 차례 대화로 큰 진전이 있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북쪽이 납치 문제 본격 협의에 앞서 과거사 해결 노력 등 조건을 제시해온 기존 입장을 바꿀 조짐은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두 나라는 앞으로 여러 차례 밀고 당기는 대화를 이어가며 의견 접근을 시도할 가능성이 크다.
중국은 북-일 대화가 ‘한반도의 긴장 완화와 관련 문제를 해결하는 데 유리하게 작용’할 것을 기대하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미국은 일본 정부가 자신과 협의 없이 일을 추진한 것을 기분 나쁘게 여기면서도 공개적인 비판은 자제하고 있다. 우리 정부 외교부 대변인이 그제 “이지마 참여의 방북은 (긴밀한 대북공조 체제 유지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직설적으로 비판한 것과는 차이가 있다. 일본 쪽은 “서로 교섭하고 만나본 뒤에 (북한에 대해) 판단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했는데, 이런 태도는 나름대로 일리가 있다.
정부는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를 추구한다면서도 국면 전환을 위한 발걸음을 내딛는 데는 소극적이다. 나아가 북쪽이 남쪽을 제쳐두고 다른 나라와 대화를 진전시킬까봐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인다. 이는 소아병적인 자세다. 핵·미사일 등 북한 관련 문제의 해결을 바란다면 그럴 이유가 없다. 근본적으로 문제를 풀 수 있는 대화의 틀을 앞장서서 만들고 관련국들의 참여를 적극적으로 이끌어내는 것이 올바른 길이다. 개별적인 대화들은 그 속에 적절하게 배치할 수 있다.
일본이 우리 쪽에 사전에 알려주지 않은 데 대해 정부가 불만을 나타낼 수는 있다. 그러나 이것이 사안의 핵심은 아니다. 일본이 북한 핵 문제 등을 풀 수 있는 주체가 될 수도 없다. 정부는 북한 문제와 관련한 자신의 의지와 생각부터 가다듬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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